
국토연구원은 2005년 7월28일 ‘춘천미군기지 이전부지 및 그 주변지역 활용방안 조사연구’ 최종 용역 보고서를 춘천시에 제출했다. 그해 12월 미군부대 부지 반환을 앞두고 시행된 최종 용역이었다.
국토연구원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생활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1978년에 설립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국토경제싱크탱크다. 그러한 국토연구원이 캠프페이지 반환을 앞두고 춘천시의 환경, 행정, 교통, 문화, 산업 등을 분석하고 시민들의 바람 등을 담아서 캠프페이지 부지 및 주변지역 활용방안 최종 보고서를 마련한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최종 보고서에 미래산업, 공원녹지, 행정문화복합 등 3가지 구상을 담았다. 미래산업으로 고령 친화사업 및 첨단산업시설, 컨벤션센터 및 관련 서비스산업, 의료기기 및 의약품 전문연구소 등을 들고 부가기능으로 전시·생태·체육·문화 공원 조성과 함께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워터프런트 건설 등을 제안했다. 공원녹지 중심으로는 문화·전시·전통·휴식 등 휴게기능을 충족시키는 주제공원을 조성하고 봉의산에서 부지 내부를 통해 공지천까지 이어지는 ‘그린 네트워크(Green Network)’ 조성을, 행정기능 중심으로는 공공시설 유치와 도서관, 문화시설, 사회복지시설 건설, 행정기능과 연계된 시민 편의시설 조성 등을 제시했다.
춘천시민들은 꿈에 부풀었다. 미래산업과 환경, 행정·문화의 복합적인 대지가 춘천시에 탄생한다는 꿈. 그런데 토지환경조사로 실무 절차가 지연되고, 이후 시정의 변경된 정책으로 시민들의 꿈은 어느샌가 그야말로 꿈이 되어 가고 있었다.
물거품으로 끝날 것만 같았던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이, 머나먼 길을 돌아 춘천시의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로 다시 태동하고 있다. 현 춘천시 계획에 따르면 캠프페이지를 크게 2구역으로 나눠서 절반은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절반은 K콘텐츠 등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상업·문화·주거·복지 기능으로 구성, 서로 복합적으로 연결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기미다.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부지를 100% 공원으로 조성하자고 주장하는 분들께 단호히 말씀드리겠다. 안 된다. 그러지 말자. 춘천의 미래먹거리산업과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이 황금땅을 공원으로만 이용하지 말자.
2022년 춘천통계연보에 의하면 춘천시에는 139개의 공원이 있다. 시민 상당수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공원이 허다하다. 필자는 가끔 춘천역에서 강촌역까지 러닝을 하는데, 시내외 근교를 달리면서 돌아보면 우리 춘천시는 사방이 숲, 나무, 강물인 하나의 거대한 공원 그 자체다. 더 이상의 ‘公園’은 ‘空園’이 될 뿐이다.
춘천시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여러 시민과 단체들의 진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심이 격화된 방식으로 표출되어 혹여나 춘천의 발전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그동안 우리 춘천은 광복 이후 비슷한 산업 규모로 출발했던 타 도시에 비해 앞서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군부대 부지를 가열차게 활용할 도지재생혁신지구 선정이 그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로 치고 나갈 춘천시를 응원하며 도시재생혁신지구에 선정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