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김근태 전 강원일보 논설위원이 자신의 다섯 번째 수필집 ‘아파트에도 門牌(문패)가 있다’를 펴냈다.
‘유년 추억의 창고’, ‘예수님차(車) 부처님차(車)’, ‘병아리의 출발점 영월’, ‘외삼촌의 손목시계’, ‘20세기의 世上’ 등 총 5부로 구성된 수필집은 백발이 성성한 그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돌아보며 현재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강렬했던 추억들까지 담았다.
표제작은 얼마전 서울에 있는 장녀내외가 어렵사리 내 집을 마련했다는 반가운 전화로 시작된다. 한 통의 전화와 함께 그는 어렵사리 1칸 짜리 셋방 살이에서 신혼을 시작했던 어린 날의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리어카를 끌고 짐을 두면, 짐이 방 한 칸의 절반을 차지했던 그 시절. 집들이를 겸한 직장동료들의 점심 초대는 무려 세 번에 걸쳐 치러진 만큼 힘겨웠지만 그는 그저 집이 있어 마냥 행복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그는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김 작가는 저축과 절약, 은행의 대출로 조그만 단독 주택을 마련했을 때의 짜릿함은 물론 두 딸의 환한 미소 등 그때의 모든 순간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게다가 ‘집’이 생겼다는 기쁜 마음에 그의 부모님이 주택 앞에 자그마한 문패를 걸어두셨던 기억까지도 말이다. 세월이 흐르고 자식의 내 집 마련을 듣고 나서야 그 당시 문패를 걸어둔 부모님의 마음을 짐작하게 됐다는 그는 현재 아쉽게도 단독 주택에서 연립 주택으로 이사하게 됐지만, 여전히 견고한 시멘트 벽에 문패를 걸어뒀다. 내 집을 꿈 꾼 그의 순수한 마음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어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김근태 작가는 “코로나19가 우리를 공포로 몰아가더니 종이호랑이로 만들어 버렸다. 마스크를 벗으니 시원하지만 허전하니 간사한 마음”이라며 “이번 수필집은 평범한 일들이겠지만 발가벗은 인생의 진솔한 고백”이라고 전했다. 도서출판 예맥刊. 283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