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강원도 감자의 꿈

김정권 강원감자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

우리나라에 감자가 도입된 것은 1824년 조선시대(순조)로 청나라에서 도입돼 함경도와 대관령지역에서 재배한 것이 시작이었다. 숱한 외세 침략으로 먹거리가 걱정이던 시절, 짧은 기간 내에 재배하고 생산하여 편리하고 간편하게 배고픔을 달래 주는 구황작물로 자리매김해 왔다.

감자는 다른 말로 마령서, 북감저라고도 하는데, 하지에 캔다고 하여 하지감자라고도 한다. 그 당시 감자는 조·중생종으로 3개월 내 수확이 가능해서 봄에 씨를 뿌리면 하지경에 다른 작물보다 먼저 수확이 가능해 수확 후 다시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있었다. 이런 의미를 담아 감자전래 200주년을 맞아 한국감자연구회는 6월21일을 감자의 날로 선포했다.

1960~1970년대 아이들은 하지쯤이 되면 송곳이라 하여 남의 감자밭에서 감자를 훔쳐 땅에 구덩이를 파고, 달군 조약돌 위에 감자를 얹고, 풀과 흙을 덮은 다음 숨구멍으로 물을 붓고, 다시 흙을 덮은 후 한참 뒤에 꺼내면 찐감자가 되는데, 배고픈 아이들은 덜 식은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면서 입 주변은 시커먼 검정 칠을 한 채로 배고픔을 달래곤 했다.

하지경 강원도 고랭지에는 소금을 뿌려 놓은 듯이 온통 하얗게 꽃이 만발한다. 감자꽃 색은 감자 속살과 다를 수 없다하여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에 저항한 시인들은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라고 표현하는 등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감자꽃에 담기도 했다. 이처럼 감자는 우리 민족에게 가난과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주었던 민족의 혼이 담긴 먹거리였다.

일부 국가는 감자를 주식처럼 좋아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구운 감자, 감자떡 등 종류도 다양하게 많이 이용한다. 감자는 활용도도 높고,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어 정부는 식량안보작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감자의 원산지는 페루, 칠레 등 안데스산맥 지방이지만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그동안 꾸준한 종자 개발과 기술 개발을 한 결과 이제는 남미, 아시아 등 원산지 지역에 기술까지 전수해 주는 플랜트 수출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법인에도 케냐와 몽골 대표단이 국가 대표 식량작물 육성과 관련하여 감자 산업에 대해 배우러 내방하기도 하였다.

수미 같은 감자 종자는 반세기 품종 개량 없이 재배하다 보니, 은행나무와 뱀은 독성 하나로 1억년 이상도 별다른 진화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수미감자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견디지 못해 병해, 부패, 기형 등이 많이 생길 뿐더러 육질이 물러져서 저장성도 약화됐다. 그리하여 겨울엔 수막 재배가 가능하며 하절기에는 고랭지감자 주산지인 강원지역에서도 재배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씨감자도 이제 이상기후에 견디고 고온에도 재배 가능한 새로운 품종 개발이 절실한 만큼 농촌진흥청에서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감자는 지금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저 감자의 꿈은 무얼까? 세계 일등 강원감자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감자의 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감자의 꿈이 실현되어 농부로 하여금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하얀 미소를 보고 싶다. 우리 모두 감자의 꿈을 이루도록 잠시 눈을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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