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춘천 막국수·닭갈비 축제를 돌아보며

남숙희 춘천시의원

2024 제17회 춘천 막국수·닭갈비 축제가 지난달 18일부터 엿새간 레고랜드 일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축제는 글로벌 미식문화 축제를 목표로 5개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시식 코너, 22개 항공사의 기내식으로 선정된 닭갈비를 축하하는 공간을 만드는 등 지역 축제를 넘어 세계화를 시도했다.

1996년 막국수 축제로 첫발을 뗀 춘천 막국수·닭갈비 축제는 27년을 이어 온 대표적인 지역 축제다. 하지만 이번 춘천 막국수·닭갈비 축제가 막을 내리면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과 함께 세계 축제로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 고민해봤다.

한때 170여개의 업체가 참여했던 축제는 올해 닭갈비 업체 7곳, 막국수 업체 1곳 만이 참여했다. 축제가 열리는 엿새간 장사를 하더라도 주방기구 대여료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참여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수도시설이 마땅치 않은 벌판에서 축제가 치러지다 보니 조리 환경도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업체 참여가 줄어들수록 입장 대기 시간은 늘어나고 불편함은 고스란히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의 몫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개막일 수많은 차량이 몰리면서 춘천대교 일대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보다 버스 운행을 늘렸고 주차면 수를 4,000대로 확대했다고 하지만 극심한 교통 체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는 신호체계와 통제 인원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탓이다. 자가용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방문이 힘든 장소에서 개최되다 보니 교통 체증이 유독 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매번 바뀌는 축제 장소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춘천시민들에게도 혼란을 주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가 되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축제 장소는 늘 그곳이어야 한다. 개최 장소가 축제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더욱이 매번 지적되는 날씨 문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축제 기간은 3일 연속 한낮 최고 기온 36도였는데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시설이 마땅치 않았고, 심지어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오폐수가 넘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기상에 대한 예방 대책과 운영에 대한 미흡함이 드러난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축제가 과연 춘천지역의 내수 진작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봐야 한다. 축제장에서 구입한 쿠폰은 아쉽게도 행사장 내에서만 2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축제 기간만이라도 지역 내 350여개에 이르는 막국수, 닭갈비 업소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면 경기 활성화에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끝으로 축제의 콘텐츠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축제장을 다녀온 방문객들은 ‘볼 것 없는 축제’, ‘개최 의미가 퇴색된 축제 같지 않은 행사’라며 혹평하고 있다. 개막일 유명 가수 축하 공연이 반짝 열리지만 나머지 공연과 부스 운영 면에서는 매년 비슷한 포맷이 반복돼 로컬 축제의 특색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공지천, 삼악산, 메밀꽃밭 등 지역 명소를 십분 활용해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지역 맞춤형 축제를 진지하게 기획할 필요가 있다. 춘천 막국수·닭갈비 축제를 대한민국의 최고의 축제, 더 나아가 글로벌 축제로 만들기 위한 춘천시의 필사적인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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