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날씨에 모기가 급증하자 철원군에 올 들어 첫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됐다. 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얼룩날개모기류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환자도 다수 발생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말라리아 경보는 전국 말라리아 주의보 발령 이후 첫 군집사례가 나타나거나 매개 모기 하루 평균 개체 수가 동일 시·군·구에서 2주 연속 5.0 이상인 경우 지역사회 내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내려진다. 도보건환경연구원이 채집한 결과에 따르면 철원에서 채집된 매개 모기 일평균 개체 수는 6월 셋째 주 5.14마리에서 6월 넷째 주 들어 11마리로 크게 늘었다. 강원지역에서 지난 11일까지 신고된 말라리아 환자 8명 모두 철원에서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해마다 4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열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어 전파되는 감염병이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열이 서서히 오르다가 하루는 열이 나고 하루는 열이 없는 특성을 보인다.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7~30일이며 3급 법정감염병으로 감기와 유사한 증세가 3일 간격으로 지속된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모기가 활발히 활동하는 4월에서 10월 사이 발생한다. 도내 말라리아 위험지역은 철원을 비롯해 춘천과 속초, 홍천·화천·양구·인제·고성 등 8개 시·군으로 이 중 경보가 내려진 철원군을 제외한 7개 시·군에는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방역당국과 질병관리청은 올 들어 일찍 더워진 날씨 등으로 인해 모기 활동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 등에서 모기 서식지를 대상으로 집중 방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발열, 오한 등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방문, 신속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전염병 감염이 2020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10대를 중심으로 백일해·성홍열·홍역 등도 확산되고 있다. 모두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는 특성이 있으며 전염성이 높은 2급 감염병으로 환자에 대한 격리가 필요하다. 때 이른 폭염 속에 방심한 틈을 전염병이 여지없이 파고들고 있다. 닥쳐온 전염병 위협에 철저한 방역과 조기 치료 등 발 빠르고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의대 입학생 증원을 둘러싼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전염병 창궐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방역체계에 추호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