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월은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있을 수 없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 예컨대 눈부신 경제성장이나 세계적으로 높이 솟아오른 국가적 위상은 모두 그분들의 희생 덕분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개인주의와 물질적 풍요가 지속하면서 그분들의 숭고한 넋을 갈수록 잊어버리는 느낌이다. 지난 6월6일 현충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충절을 추모하기 위한 정부기념일인 그날이 그저 빨간 날, 하루 노는 날로 인식하는 세태로 바뀐 것 같다는 우려는 소승만의 생각일까? 현충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구가 절반 이하라는 통계도 있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산의 모 아파트에서는 욱일기까지 내걸렸다고 한다. 그뿐인가. 해병대 대원과 훈련 중이던 장병이 목숨을 잃었는데 1년 가까이 정치적 공방만 무성하다. 우리는 예부터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서는 온 백성이 일어나 국난을 극복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 일제강점기 때의 독립운동, 6·25전쟁 때의 학도병은 물론이고 전쟁 후 폐허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온 국민이 경제발전에 매진했다. 특히 불교는 재난과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힘썼다. 삼국시대 자장율사가 건립한 황룡사 구층석탑이나 고려 시대 ‘팔만대장경’ 간행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임진왜란 때는 나라가 있어야 승가(僧家)도 있다는 결기로 승병을 일으켜 왜군과 맞서 싸웠으며, 사찰을 스님들의 훈련소로 쓰기도 했다. 만해 스님의 독립운동도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호국불교에서 호국(護國)은 단순히 나라를 지킨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가르침을 지키는 중요한 덕목이다. 이런 선조들의 희생을 잊는다면 우리는 대한민국의 근본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한반도는 다시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이 수없이 날아오고 우리는 그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를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중의 대립 역시 격화하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호국보훈의 정신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정신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그 속에서 호국보훈의 의미를 깊이 새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예우가 필요하다. 이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젊은 세대는 특히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그들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호국보훈의 정신을 전파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많은 사람들에게 호국보훈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 봉사활동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는 호국보훈의 정신을 실천하고, 다음 세대에 그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호국보훈의 정신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어야 한다. 유월만 호국보훈의 달이 아니다. 유월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든 날이 호국보훈의 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선조들의 희생은 영원히 기억돼야 하고 예우해야 한다. 이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