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집) 태운다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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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어 좋다.”란 비록 자기에게 큰 손해가 있더라도 제 마음에 들지 아니하던 것이 없어지니 상쾌함을,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집) 태운다.”란 손해를 크게 볼 것을 생각지 아니하고 자기에게 마땅치 아니한 것을 없애려고 그저 덤비기만 함을, ‘빈집의 빈대’란 먹지 못하고 굶주려서 바싹 여윈 모양을, “장발(장롱 밑에 괴는 물건)에 치인 빈대 같다.”란 물건이 몹시 납작하여 볼품이 없거나 봉변을 당하여 낯을 들 수 없게 체면이 깎임을, “빈대도 낯짝이 있다.”란 지나치게 염치가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비유한 속담이다. 그리고 관용어로 “빈대 붙다.”란 속되게 남에게 빌붙어서 득을 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이 못된 놈들에게 적잖이 들볶이고, 시달려 빈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맘을 이들 글에서 엿볼 수 있다. 필자도 지지리 먹지 못하는 주제꼴에 놈들에게 피를 빼앗기니 원수처럼 미웠었지.

빈대(bedbug)는 절지동물의 노린재목, 빈댓과의 곤충으로 3,500년 전에 박쥐에 처음 기생했던 것이 사람이 동굴 생활을 하면서 옮겨붙었다고 여긴다. 몸에서 냄새가 나기에 취충(臭蟲)이라

납작 둥그스름하고, 앞날개는 퇴화하여 흔적만 남았으며, 뒷날개는 숫제 없다. 야행성이라 낮에는 벽지 틈새나 방구석에 숨었다가 어스름이 내리면 득달같이 기어 나와 잠자는 숙주(사람)를 갈구기(못살게 굶) 일쑤다. 녀석들은 몸이 납작한지라 작은 틈새에 숨고, 동글납작한 ‘빈대떡’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리라. 또 납작코를 ‘빈대 코’라 부르기도 한다.

빈대는 몸길이 4~5mm, 너비 1.5~3mm이고, 배에는 현미경적인 털이 많다. 알에서 갓 깬 유충(애벌레)은 맑고 옅은 색이지만 여섯 번을 탈피(허물벗기)하여 성충(어른벌레)이 되면서 갈색을 띤다. 길쭉하고 예리한 입술을 쭉 뻗고는 살갗을 찔러 피를 빠는데, 5~10분이면 배가 빵빵해지고, 빨아먹은 피 탓에 온몸이 새빨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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