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
1980년 대 히트곡 춘천 가는 기차의 가사처럼 많은 이들의 사랑과 그리움을 싣고 달린 경춘선 열차의 종착지 춘천역이 자리 잡은 근화동은 춘천의 관문이자 옛 춘천의 정취가 낭만이 살아있는 동네다.
근화동 번개시장의 정겨운 상점 골목과 오밀조밀 모인 집들을 지나 봉의산기슭 소양정을 오르면 소양강 물줄기가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정자인 소양정이 품은 사계절 정취는 유배에서 풀려나 귀향하는 다산 정약용의 발길도 붙잡았다 전해진다.
근화동의 이름은 춘천역 주변에 무궁화가 많이 자랐다 하여 ‘무궁화 근(槿)’자와 ‘꽃 화(花)’자를 붙여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식 이름인 영악적으로 불렸으나 광복 후 우리 식으로 이름을 고치면서 근화가 탄생해 더욱 의미가 깊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춘천읍 내 앞뜰이라는 의미의 앞두루 또는 전평으로 불려 넓은 평지를 가진 동네의 특성을 볼 수 있다.
행정적으로 근화동은 넓게 법정동인 소양로1가와 중도동을 아우른다. 북한강과 소양강 줄기가 만나 의암호로 흘러 들어가는 물길과 맞닿은 곳들로 호반의 도시라는 춘천의 명성과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이에 근화동 일원은 소양강스카이워크전망대와 소양강처녀상, 춘천대교 야간 분수 등 뛰어난 경관을 활용한 관광 시설들이 조성돼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춘천시민들의 대표 쉼터인 공지천에는 하천 너머 옛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이어지는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이고 그 옆에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실감 공간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50여년 전 의암댐 건설로 생겨난 섬 중도는 상중도에 국가정원을 목표로 호수정원 조성이 추진되고 하중도에는 국내 첫 글로벌테마파크 레고랜드가 위치해있다. 하중도 내에는 둘레길과 산책로를 갖춘 하중도생태공원이 조성돼 힐링 스팟으로 사랑 받는다.
중도는 올해부터 춘천 대표 축제들이 모여들어 더욱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다. 전국 28개 문화도시가 참가한 2024문화도시박람회와 2024춘천마임축제가 이달 초 하중도 일원에서 개최돼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오는 18일부터는 글로벌 미식축제 도약을 준비하는 2024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개막한다.

근화동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 공간에 다양한 문화재들이 자리해 더욱 특별함을 자아낸다.
소양강스카이워크전망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당간지주는 수 백년 사찰 터를 지켜온 유적이다. 당간지주는 사찰의 행사와 위치를 알리려 깃발을 게양하는 깃대로 이 곳은 연꽃입과 안상 등의 조각 수법으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봉의산기슭 주택가에 자리 잡은 향토 문화재 소양로 비석군은 옛 고을의 수령이 이룬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둔 26기의 비석을 한 데 모은 곳이다. 비석군을 지나 봉의산으로 방향을 잡아 5분만 걸어 올라가면 앞서 언급한 국내 최고(最古) 정자 소양정에 당도한다.
보훈 시설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6.25전쟁 당시 국군의 첫 번째 승리인 춘천대첩을 기리는 춘천대첩평화기념공원이 근화동 외곽도로변에 위치해있고 공지천 입구에는 6.25전쟁 당시 UN군으로 참전한 에티오피아 전공을 알리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이 운영되고 있다.
끝으로 근화동을 소개할 때 굴곡의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전쟁 당시부터 미군이 주둔하며 생겨난 캠프페이지는 1983년 중국 민항기 불시착 등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자 2005년 미군 기지 철수로 반환되기까지 근화동 주민들에게 아픔을 주던 장소였다.
2013년 캠프페이지가 개방되면서 온전히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고 도심 금싸라기 땅으로 가치를 인정 받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낙후된 원도심을 변화시킬 춘천역세권 개발 사업도 근화동의 변화를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