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중앙로 일대에 있는 옛 보안사 터에 건립된 민주평화기념관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소양동 옛 보안대는 1980년 춘천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과 민주 인사들이 끌려가 고초를 겪은 역사적 장소다. 춘천시는 2019년 민주화운동 기념에 관한 조례 제정 이후 기념 시설 조성을 추진해 왔고 지난해 보안대장 관사를 리모델링해 기념관 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2023년 9월 시의회에서 민주평화기념관 민간위탁 동의안이 부결됐고 이어진 10월 회기에서도 안건 상정이 보류되면서 여전히 동의안이 계류 상태로 머물러 있다. 시는 시의회에 안건 상정 및 심사를 거듭 요청해 왔으나 시의회는 ‘기념관 필요성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 ‘민간위탁 방식의 형평성 시비’ 등 의회 지적 사항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심사 재개를 고려치 않고 있다. 시의회에서는 인건비와 사업비 명목으로 4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논쟁 요소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지금 무작정 안건을 논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는 조례나 규칙으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 중 조사, 검정, 관리 업무 등 주민의 권리 의무와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무를 법인 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다. 사무의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한 자치단체의 민간위탁사업은 민간의 창의성을 행정에 접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자치단체가 행정 업무의 과중을 덜고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자체의 민간위탁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에 시의회의 우려도 한편으로는 수긍할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는 어떤 사업을 민간위탁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기 이전에 충분한 여론 수렴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찬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자칫 그 후폭풍은 더 큰 질책과 비난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민주평화기념관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아니라 이미 조성된 민주평화기념관의 취지를 어떻게 살려나가느냐다. ‘민주평화공원’과 ‘민주평화기념관’은 모든 춘천시민의 휴식의 장소이자 미래 세대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 촛불혁명 등의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춘천시민의 희생과 노력을 상징하는 곳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운영을 걱정하는 시의회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혈세를 들인 민주평화기념관을 하루빨리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중요한 의미를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