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음주운전·뺑소니·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씨가 구속된 가운데,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7일 김씨의 음주 뺑소니 사건과 관련해 "객관적 증거가 있고 참고인 조사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 조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이날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김씨에 대한 폴리그래프(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 자백이 유일한 증거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답했다.
구속영장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서는 "(김씨가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진술을 바꿨고, 본인 진술 내용과 경찰이 확보한 여러 증거 자료나 관련자 진술에 아직 차이가 있다"고 우 본부장은 설명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소폭(소주 폭탄주) 1~2잔, 소주 3~4잔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그가 최소 소주 3병가량을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해 24일 구속했다.
우 본부장은 김씨에게 적용된 위험운전치상 혐의와 관련해 "판례에 의하면 위험운전치상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음주 기준치를 초과했냐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실제 음주를 했고 그 음주가 정상적 운전을 곤란하게 했느냐의 개별 인과관계를 통해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나 관련자 진술로 볼 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김씨의 술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 연예인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사는 했다. 향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김씨 차량과 충돌해 부상을 입은 택시 기사로부터 합의 제안이나 처벌 불원서가 들어오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41) 대표는 사고 뒤 김씨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본부장 전모씨는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함께 구속됐다.
사고 3시간여 뒤 김씨 매니저가 '내가 사고를 냈다'며 허위 자백을 하고 김씨는 사고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김씨와 소속사가 '운전자 바꿔치기' 등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특히 폐쇄회로(CC)TV 영상과 술자리 동석자 발언 등 잇단 음주 정황에도 김씨는 음주를 부인하다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밤 입장을 바꿔 혐의를 시인했다.
또 김씨는 사고 직후 직접 소속사의 다른 매니저급 직원 A(22)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사고 은폐 시도와 김씨가 번번이 거짓 진술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봤고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사생활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비밀번호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다.
김씨가 구속되면서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 뿐만 아니라 사고 은폐 과정에서 김씨의 관여 정도를 중점적으로 살필 전망이다.
경찰은 뒤늦은 측정으로 김씨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지금껏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김씨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임직원 전원 퇴사와 대표이사직 변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김호중 사태로 많은 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사 소속 아티스트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당사는 향후 매니지먼트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여 협의 시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전속 계약을 종료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생각엔터테인먼트에는 김씨를 비롯해 그룹 티에이엔(TAN), 배우 김광규·손호준 등이 소속돼 있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사태를 통해 피해를 본 모든 협력사에도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사후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사와 김호중으로 인해 피해를 보신 모든 분에게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