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강원특별자치도보훈회관에 위치한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 사무실은 평소와 다르게 분주했다. 유족회가 소유한 태평양전쟁 강제 동원 피해자 관련 사료를 부산의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기증된 사료 200여 점은 고(故) 김경석 전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장이 1990년부터 그가 별세한 2006년까지 17년간 수집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유족회원들과 함께 1993년 일본군 위안부 소송, 2000년 일본 후지코시사 소송 등을 승리로 이끄는 등 태평양전쟁 강제 동원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보상을 위해 앞장서 왔다.
34년 동안 철제 캐비닛 속에서 제대로 된 보존을 받지 못했던 유족회의 사료가 역사관으로 옮겨질 수 있었던 것은 홍영숙 회장의 노력 덕분이었다. 홍 회장은 지난해 1월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과 만나 유족회 사료의 가치를 입증해 역사관 기증의 물꼬를 텄다.
반선영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유물홍보팀장은 “총 4회에 걸친 사전 검토 결과 유족회의 사료가 태평양전쟁 강제 징집과 근로정신대 관련 역사를 입증하는 데 매우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역사관으로의 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역사관으로 옮겨진 유족회의 사료는 전문가의 심의를 거쳐 올해 내로 역사관 내부에 전시되거나 연구용 소장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홍영숙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장은 “역사관 기증을 통해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헌신했던 남편 故 김경석 전 회장의 뜻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기도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