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반복되는 교제 폭력, 흉악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교제 중인 연인 관계에서 폭력, 살인이 반복되고 있지만 피해자 보호 대책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 산하 상담기관인 ‘여성긴급전화1366 강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도내 교제 폭력 상담 건수는 1,457건에 달한다. 하지만 처벌까지 이뤄진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 교제 폭력 가해자 중 구속 수사를 받은 비율은 수년째 1~2%에 그치고 있다. 연인 사이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도 있고, 접근 금지나 분리 조치 등 별도 처벌법도 없는 실정이다. 가정폭력범죄 처벌법, 스토킹범죄 처벌법,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에는 교제 폭력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국회에서는 교제 폭력을 범죄로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률 제·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교제 폭력은 ‘연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졌다. 공권력은 개인 간에 해결해야 될 일이라며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했다. 그러는 사이 교제 폭력 건수가 급증하고 내용 또한 다양화됐다. 심지어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게 됐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교제 폭력이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를 헤아리기 어렵고, 피해자를 위한 법적 보호 장치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하소연할 데가 마땅치 않다. 또 교제 폭력은 주로 폭행·협박죄로 입건하는데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내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가해자의 회유로 피해자는 처벌불원을 거듭하다 결국 살해되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다.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교제 폭력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연인 간 폭력을 흉악 범죄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가정 폭력 피해자와 동일선상에 두고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선 교제 관계 피해자도 가정 폭력 피해자와 동일하게 보호하는 법적 조항이 마련돼 보호받고 있다. 일본은 2010년대 초반부터 배우자폭력방지법의 적용 대상을 ‘주거지를 공유하는 교제 관계’로 확대해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전 발생요인을 제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피해가 경미한 단계부터 수사기관의 선제적 개입으로 잠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제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법적 장치를 마련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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