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도 원래는 수상생활(樹上生活)을 한지라 나무를 기어오르거나 어떤 물건을 거머쥐는데 필요했던 지문이었다. 영장류인 고릴라나 침팬지는 물론이고 역시 나무에 오르는 포유류인 코알라나 아메리카담비(fisher)도 지문이 있다고 한다. 코알라의 지문은 그 형상이 사람과 같다 한다. 이렇게 지문은 꺼칠꺼칠하기에 물건을 붙잡는 데 도움을 주고, 손을 물에 담그면 지문이 부풀러 오르는 것도 축축하게 물이 묻은 것을 움켜쥐도록 하기 위함이라 한다.
지문 외에 발의 모양 닮은 족문(足紋, foot print)도 범죄과학(forensic science)에 적잖이 활용된다. 그러나 지문보다 복잡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윤곽으로 추정하며, 또 족문은 신생아를 식별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따금 손가락이 반들반들하여 지문이 아예 없는 무지문증(無指紋症)이 있다. 이것은 단백질 한 종류가 만들어지지 않아 생기고, 유전된다. 일명 ‘입국 지연병(immigration delay disease)’이라 하는데, 지문을 요구하는 나라에 입국 때 애를 먹는다. 2,000년 한해만 해도 세계적으로 5가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문은 벌에 쏘여 퉁퉁 부었을 적에도 일시적으로 살아졌다가 되돌아오고, 항생제의 일종인 카페시타빈(capecitabine)을 처방해도 지문이 사라진다. 또한 기신기신 늙어빠지면 속절없이 지문까지도 꽤 흐릿하게 무뎌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손가락의 움직임은 뇌의 기능을 대변하며, 따라서 우리의 젓가락질이 뇌를 자극한다고도 한다. 그리고 고목의 삭정이 같은 손가락에는 그 사람의 모진 세월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손톱 발톱 길 새 없이 손으로 먹고사는 농부들의 손가락 마디가 밤톨만큼이나 굵디굵으니 지문이 닳아빠지도록 손가락을 놀린 탓이다. 그렇다, 열 손가락 오므려 주먹 불끈 쥐고 태어나 맥없이 스르르 펴고 죽는 것이 허무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