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내 맘 같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에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이해관계를 맺게 되고, 여러 사람이 모이면 작든 크든 분쟁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사소한 갈등이야 수월하게 타협점을 찾기도 합니다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보면 결국 ‘법대로 하자’면서 민사소송에 이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민사소송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민사소송은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되고, 사안에 따라서는 몇 년간 이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소송은 쟁점이 다양하고, 당사자들이 직접 증명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비슷한 사건으로 보이더라도 상이한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시작은 이웃 간의 사소한 분쟁이었는데, 지리한 법적 분쟁 끝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는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송의 단점을 보완하는 신속한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민사조정제도가 있습니다. 민사조정절차는 당사자의 신청 또는 소송 계속 중 재판장의 회부에 따라 개시됩니다. 이후 조정담당판사 또는 법원에 설치된 조정위원회가 당사자들로부터 주장을 들어 보고,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조정안을 제시하며, 서로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에 이르게 함으로써 분쟁을 평화적이면서도 간이·신속하게 해결하는 제도입니다. 당사자들이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서로 만족할만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그 내용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사건이 마무리됩니다(그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조정기일은 변론기일에 비하여 굉장히 신속하게 지정되고, 1회 내지 2회 기일 진행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민사소송은 변론주의, 증명책임 등 민사소송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원칙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 본인이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전부 다 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에, 조정절차에서는 그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서운함, 정말로 원하는 것을 터놓고 충분히 말할 수 있습니다.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에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질 수도 있고, 진심으로 채무를 갚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던 채무자의 사정도 잘 들어보면 오해가 풀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조정으로 분쟁이 마무리되면 당사자 사이에 뒤끝이 남지 않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서로의 오해가 더해져 메워지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생겨 버린다면, 확정판결로 누군가가 이긴다 한들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타협과 양보로 조정에 성공한다면, 분쟁을 중국적으로 해결하고 서로의 갈등의 골도 메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농지조성을 둘러싼 이웃들 간의 민사소액재판에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다가 경험이 풍부한 조정위원들의 활약으로 원고와 피고가 형님동생하면서 법정을 떠난 사례를 목격하기도 하였습니다.
간혹 재판 진행 과정에서 조정을 권유하더라도 ‘난 저 사람이랑 할 말 없다. 판결을 선고해달라.’는 당사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었던 사람들도 조정기일에서 마음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조정은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대화의 장인 동시에 종국적인 분쟁해결을 꾀할 수 있는 평화의 장입니다. 누군가와 분쟁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조정절차를 먼저 시도해보고, 적극적으로 임하여 서로의 진심을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