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학 분야 권위자로 불리는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최근 강원특별자치도의회에서 지역 소멸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의를 마치고 본보 기자와 만난 조 교수는 “수도권과의 접근성, 천혜의 자연 환경 등 강원도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생활 인구’ 늘리기를 고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구가 바뀌면 사회도 시장도 바뀐다며 인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현재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 등으로 활동중이며 부친은 횡성 출신이다. 또 강원일보 기자를 역임한 조상현 전 화천부군수, 고(故) 조달현 전 강원도노인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 2100년 강원도 인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횡성을 고향으로 둔 아버지 궁금증이어서 인구 추계를 해 봤다. 보여드리기도 민망할 정도다. 2100년이 되면 한국 인구 중 1,400만명 정도가 수도권에 살고 나머지 600만명이 흩어질 텐데 강원도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그런데 이건 주민등록인구로만 따졌을 때다. 생활인구가 늘어난다면 지원할 사람과 시설도 필요하니까, 줄지 않을 수 있다. 또 그것이 정주 인구를 늘리는 길이 될 거다.”
■ 생활인구는 어떤 개념인지=“어디서 사는지가 아니라 어디에서 생활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개념이다. 생활인구를 인구 개념으로 두면 가장 혜택받을 곳이 강원도다. ‘서울과의 근접성’, ‘천혜의 자연 환경’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강원도에 청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어디서 살든지, 와서 시간을 쓰도록 하면 된다. 생활인구가 크게 늘어난 양양이 서핑 성지가 된 것은 관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왔고 기업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동이 쉽도록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도로가 뚫리면 사람들이 떠날 것을 우려하는 이도 있는데 첩첩산중이 될 것인가. 기득권은 내려놓아야 한다.”
■ 고려해야 할 인구 현상이 있다면=“일하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이 변할 거다. 정년 연장이 필요한데 2030년께부터 65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현재 청년들의 노동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주역인 Z-Alpha(잘파·Z세대, Alpha세대를 합한 말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세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대의 흐름 속 전 세계가 강원도를 찾도록 할 수도 있다. 또 지난해 태어난 25만명 중 53%가 수도권 출생인데, 이들을 강원도에서 살게 하는 건 어렵지 않겠나. 그래서 생활인구 개념이 더 필요하다.”
■ 저출생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과 물리·심리적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자리, 주거비용, 양육환경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근본 원인 해결을 위해서는 수도권 인구 집중이 완화되어야 한다. 경쟁이 심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내 생존이 중요하게 된다. 피라미드 구조의 경쟁구도는 있어야 한다. 경쟁이 혁신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피라미드가 하나일 필요는 없다는 거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살지 않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강원자치도는 '육아기본수당' 정책을 펼치고 있다=“없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아이를 낳거나 청년들을 강원도로 오게 할 순 없다. 정부에도 출산율만을 바라보는 정책에서 벗어나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 구조는 계속 바뀌어가는데 정책과 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지금의 저출산 현상보다 미래를 준비하는데 더 신경써야 한다.”
■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은=“도시를 권역별로 묶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춘천, 원주를 중심으로 주변에 여러 도시들이 있지 않나. 모든 지자체에 인구가 많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권역 내 기능을 나누는 식으로 정책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 숫자가 현재처럼 230개나 존재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강원도에 말씀하실 조언이 있다면=“다들 인구를 걱정하는데 과연 강원도에서 누가 인구를 들여다보고 있나? 말로만 큰일났다고 하지 내 기득권은 지키고 싶어 하는 것 아닌가. 강원도 인구의 미래 연표를 그려봐야 한다. 우리의 교육, 산업, 노동, 복지 영역이 몇 명일 때 잘 작동하는지 분석하고 인구가 줄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또 지금 제도들이 주민등록인구 기반인데 어떻게 생활인구 기반으로 바꿔 나가느냐 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