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청년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것도 문제지만 비혼과 늦은 결혼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30~34세의 미혼 비율이 2000년엔 18.8%였는데 2020년엔 56.3%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증가(전년 동월 대비)했던 결혼 건수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근 ‘9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 9월 결혼 감소 비율이 두 자릿수(-12.3%)가 됐다. ▼280조와 0.78. 극명히 대비되는 이 두 수치는 한국 저출산 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해마다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출산율은 잠시 반등하나 싶더니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지난 16년간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로스 다우댓 칼럼니스트는 최근 ‘한국은 소멸하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한국이 현재 출산율을 유지한다면 흑사병(Black Death)이 강타했던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큰 폭의 인구 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에서 대표적인 연구 대상”이라고 했다.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역사상 최악의 감염병으로 꼽히는 ‘중세 흑사병’에 빗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교육, 국방, 노동, 의료 등 각종 시스템이 무너져 결국 나라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아이만 낳으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정도의 통 큰 정책이 절실하다. 하루빨리 인구 정책을 근본부터 짚어야 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구조개혁의 고삐를 죄는 동시에 혼외자 차별 같은 고루한 인식에 사로잡혀 우물 안 개구리가 제 몸이 익어가는 것을 모르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