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최문순의 총선 출마설과 두 가지 고민

유병욱 서울본부장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최근 춘천을 찾은 것은 지난주였다. 11월23일 오후, 그는 몇 명의 더불어민주당 지역 인사 및 과거 참모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여러 소소한 얘기들이 한순배 돌아간 후 초점은 내년 총선으로 옮겨졌다. 강원지역 상황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오간 후 일부 참석자가 최 전 지사의 출마 필요성을 다시 꺼냈다. 민주당에서 상징성 있는 인물이 나서야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당 후보들도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묵묵히 듣고 있던 최 전 지사는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날 동석했던 복수의 인사가 전한 얘기다.

그 역할이 무엇인지는 더 이상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최문순 전 지사의 총선 출마설은 퇴임 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평소 남북관계와 접경지역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지사직을 마치고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지역구로의 국회의원 출마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 전 지사의 출마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본인의 선택 상황이었지만 대선과 지선을 치르면서 분위기는 변했다.

대통령은 물론 도지사와 대다수 시·군 및 의회 권력까지 국민의힘에 내준 민주당은 지역에서 급속도로 위축됐고 총선까지 패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 속에 그의 출마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10년 넘게 강원도의 행정을 책임졌던 민주당 출신 도지사로서 당을 되살려야 한다는 이른바 ‘책임론’이었다. 여기에 김진태 도정이 최 전 지사 때 진행됐던 사업들에 대한 고발 조치들을 잇따라 진행한 것도 측근들이 그의 출마를 요구하는 자극제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도 그의 출마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일부 후보쪽에서 최문순 전 지사의 이름이 들어간 여론조사를 돌렸다는 말도 나오고, 당은 그의 출마를 가정한 전략도 짜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최 전 지사가 총선 때 무엇을 하겠다고 구체적 입장을 밝힌 바는 없다. 굳이 현시점에서 자신의 출마 여부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그가 출마할 경우 몇 가지 고민해야 할 지점이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첫 번째가 김진태 도정과의 법적 다툼 논란이다. 최 전 지사 입장에서는 몇 차례 성명에서도 밝혔듯이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망상지구사업,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사업 등에 대한 고발이 얼토당토않고 답답했을 것이다. 총선에서 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것이 최 전 지사의 총선 출마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적어도 ‘최문순’ 정도라면 그가 늘 입버릇처럼 말했던 꽉 막힌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춘천과 접경지역의 발전은 또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서 나서야 한다. 김진태 도정과의 법적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개인적 명예회복을 위한 출마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두 번째는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서 이미 출마 선언을 하고 지역을 누비고 있는 민주당 입지자들과의 관계 설정에도 답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성 지역위원장과 유정배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출마 결심을 굳히고 현장을 뛰어다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최문순 전 지사 정도가 출마 결심을 하면 전략공천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안을 받아들이려면 두 후보를 설득시켜 끌어안는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다른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경선을 치르는 것이 그동안 쌓아 온 최문순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길이다.

최 전 지사의 출마 여부는 오롯이 그가 결정할 문제다. 그래서 그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 많은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하면서 머지않은 시간에 결정할 것이다.

한 가지 믿음이 있다면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최소한 최문순의 성품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가 어떤 판단을 하든 그것은 개인보다 더 분명한 책임과 명분을 고려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은 것은 그의 결정이다. 11년간 이끌어왔던 강원도를, 더 나은 강원특별자치도로 만들기 위한 총선에서의 그의 역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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