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긴급한 구호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러나 강원특별자치도 18개 시·군 중 83%에 이르는 15개 지역에 중증환자를 적절히 진료할 수 있는 응급실이 없어 응급 상황에 처한 주민들의 원거리 이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5개 지역은 소아청소년과 취약지역으로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2022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자치도 내 응급의료취약지는 동해·태백·속초·삼척·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양양 등 18개 시·군 중 15곳에 달한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상대적으로 취약한 도내 의료 현안은 그 어느 문제보다도 긴급하게 개선·보완돼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도내 열악한 의료 환경과 서비스 수준에 관한 문제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강원인들이 당하고 있는 피해와 희생이 크다는 점에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교통사고와 각종 안전사고, 화재를 비롯한 다양한 재난이 빈발하고 있는 실정에서 현재와 같은 낙후된 의료체계와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다. 올해 초 응급실 의사 인력이 없어 단축 운영에 들어갔던 속초의료원의 사태를 겪은 강원인들에게는 부족한 의료진과 그로 인한 의료공백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현안이다. 이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태백·속초·삼척·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양양 등 14개 시·군은 분만취약지, 홍천·평창·화천·인제·고성 등 5개 시·군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에 해당하는 등 ‘필수의료’ 각 분야에서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니 지역의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전전하는 기막힌 풍경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료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근본 원인은 ‘의사의 서울·수도권 편중’이라는 지적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난달 정부는 지방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서울의 ‘빅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과·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진료 과목을 집중 지원하는 것도 의료혁신의 큰 얼개로 제시했다. 이 모든 논의의 전제가 2006년 이후 16년이나 묶인 의과대학 입학 정원의 대폭 증원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단순한 의과대학생 수 늘리기가 아닌 의료진 부족으로 아파하는 지방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제대로 된 처방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의료 선진국이다. 그런 국가에서 ‘응급실 뺑뺑이’, ‘원정 출산’ 등의 농담 같은 현실을 더 늦기 전에 극복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다. 논의의 명분은 시작도 끝도 국민의 건강권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