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단풍과 국화’

설악산에서 지난달 30일 시작된 단풍이 전국을 서서히 붉게 물들이고 있다. 오대산, 치악산, 소백산, 계룡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북한산 등에서 이미 단풍이 관측됐다. 단풍은 산꼭대기에서 아래쪽으로는 하루 40m 정도씩, 북에서 남으로 25㎞씩 이동한다. 깊어가는 가을의 속도다. 정목일은 수필 ‘만산홍엽’에서 단풍을 “감동과 포옹의 빛깔”이라고 표현했다. 단풍이 보고 싶고, 그 속에서 걷고 싶은 이유다. 올가을은 일교차가 커 예년보다 더 짙은 오색으로 피어오르는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산림청은 ‘2023년도 가을 단풍(절정) 예측지도’에서 설악산의 단풍 절정 시기를 오는 23일로 예상했다. 이날은 산에 단풍이 곱게 물들고 노란 국화가 핀다는 음력 9월9일 중양이다. 옛날에는 선비들이 국화떡과 국화주를 지고 산에 올라 시를 지으며 즐겼다는 명절이다. 나머지 지역도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10월 하순부터 11월 초가 될 전망이다. 올해는 단풍을 보러 가려면 언제 어디로 가면 좋을까. 지금부터 고민해도 좋을 듯싶다. ▼단풍놀이가 녹록지 않다면 국화는 어떤가. 서리도 두려워하지 않고 만개하는 국화는 이 가을의 마지막 꽃이다. 김영랑의 모란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리는 소망을 얘기하지만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간난고초를 견뎌낸 누님 같은 완숙함을 국화로 묘사했다. 또 노산 이은상은 생전에 백국화 화분을 서실로 모셔 놓고 ‘축민(逐悶)선생’이라고 했다. 고민·번민을 내쫓아주는 스승이라는 것이다. ▼당 시인 백거이는 낙엽 흩날리는 황량한 뜰에 서서 국화를 보며 적막한 마음을 달랬다. ‘햇살은 옅고 바람 차다/ 가을 남새는 모두 잡초에 덮이고/ 그 좋던 초목도 시들고 꺾였다/ 잎 다 진 울타리 사이에/ 몇 떨기 국화만 새로 피었다...이 늦은 때 어찌 홀로 고운가/ 나를 위해 피지 않은 건 알지만/ 그대 덕분에 잠시 환히 웃어본다.’(‘동원에서 국화를 보며’) 그렇다면 이번 가을에는 국화를 바라보며 잠시 묵상하는 운치를 즐겨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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