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가 생산비 상승을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우유 원유값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최근 3년 간 강원특별자치도 내 젖소 사육농가 10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원유 가격 상승폭은 한정적인 데 반해 사료값, 시설투자비용 등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농가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춘천 사북면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90마리에 달했던 젖소를 최근 72마리까지 줄였다. 높아진 사료값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지난해 ㎏당 300원대였던 풀값이 600원대로, ㎏당 650원이던 사료값이 720원으로 뛰었다"며 "들어가는 돈은 높아지는데 반해 한 마리당 연 수익 100만원을 내기 힘드니 사육 두수를 줄이는 농가가 늘었다"고 말했다.
춘천 남면의 또 다른 목장주 윤모(30대)씨는 최근 적자를 봤다. 생산비가 급등한 가운데 무더운 날씨로 소들의 건강상태까지 악화되며 들인 돈에 못 미치는 수익을 냈다. 윤씨는 "악취 민원, 친환경 규제로 인해 시설을 개선하며 받은 대출만 10억원인데, 월 수익은 마이너스"라며 "10월부터 원유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그동안 쌓인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낙농가구의 수익 감소는 데이터로 확인된다. 낙농진흥회 조사 결과, 지난해 젖소 한 마리가 낸 순수익은 연간 152만9,000원이었다. 이는 전년(243만4,000원)대비 37.2% 줄어든 액수다. 도내 낙농가구의 40%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50마리 미만)를 기준으로 보면, 젖소 한 마리당 순수익은 연간 1,000원에 불과했다. 전년(109만4,000원)보다 무려 99.9%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자 문을 닫는 목장도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강원지역 젖소 사육 목장 수는 260개로, 2020년 동기(285개)와 비교해 25개 줄었다. 같은 기간 도내 젖소 수는 1만9,069마리에서 1만8,173마리로 896마리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농가의 생산비가 1~2년 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로 급등한 생산비를 농가가 감내해왔다"며 "우유제품 유통마진 문제를 개선하는 한편, 우유생산기반 측면에서 원유가격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