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김홍신 소설가 참관기, “한국인들은 모두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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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바티칸 베드로대성당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성상 아래서 영화 탄생의 제작진이 유홍식 추기경(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성기 배우, 김홍신 소설가, 윤시윤 배우, 영화의 총제작자인 남상원 아이디앤플래닝그룹 회장.

마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을 기념하는 듯,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주변에 광관객들이 유독 많은 날이었습니다.

16일 오후 3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김대건 신부님 성상 축성을 기념하는 특별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2시45분부터 웅장한 성가가 대성전을 성스럽게 울려퍼졌습니다. 장중한 성곡이 울리고, 싱그러운 종소리와 함께 유흥식 추기경님께서 복사 신부님들과 함께 대성당으로 입당했습니다. 마치 로마 전성기의 장엄한 대미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가톨릭의 총본산 바티칸, 그것도 가톨릭 역사의 증좌인 베드로 대성당의 웅혼한 특별미사였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177주년 되는 날, 이런 방식으로 성상을 모시는 일은 대단한 역사의 현장이라고 유흥식 추기경님이 강론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4시25분부터 제막식이 거행됐습니다. 성베드로 대성당 안 피에타상의 바로 밖의 벽감(壁龕·벽을 오목하게 파낸 곳)에 갓을 쓰고 도포 차림에 사제용 영대를 두른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은 성스럽게 존치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공개된 성상의 높이는 3.7m, 지상에서의 높이도 5.4m에 이르는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성상을 조각한 한진섭 조각가는 성상을 완성하기 위해 34톤의 대리석을 조각했다고 합니다. 성상의 무게가 4.2톤에 달한다고 하니 30톤 가까이를 깎아낸 정성입니다.

◇9월 17일 바티칸 베드로대성당에서 김홍신 소설가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9월 17일 바티칸 베드로대성당에서 남상원 아이디앤플래닝그룹 회장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4시 50분경 제막식을 마친 후 시작된 사물놀이로 현장은 박수와 함성이 진동했습니다. 이어 바오로 6세홀에서 대사관이 주최한 리셉션이 시작했습니다.

주 로마대사의 인사말과 함께 이용훈 주교님, 리차드 갈러거 교황청 외무장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교황청 외무장관과 바오로 대성당 수석사제의 말씀에 따르면 성베드로 대성당 외부의 벽감은 미켈란젤로가 석상을 설치하지 않게 꾸몄는데, 1980년대 들어 교황 바오로 2세께서 수도회 창설자들을 위해 벽감에 석상을 설치하게 했다고 하며, 세월이 지나 일급 벽감은 모두 채워지고 이급 벽감만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은 “이급 벽감의 첫자리에 오르셨기 때문에 일급 자리의 수도사 설립 성인들을 모두 내려다 보시는 윗자리가 되셨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영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한국인들의 긍지와 자랑임을 천하에 공개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알현장은 끌라멘스 8세 홀에서 진행됐습니다. 교황님께서 지팡이를 짚으셨으나, 작년 11월 알현 때보다 건강해 보였습니다. 교황님은 알현 행사를 마치고 나가시면서 유흥식 추기경님께 “한국인들은 모두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600년간 비워두었던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에 우리나라 최초 사제 김대건 신부님 성상을 축성하는, 한민족의 영롱한 디엔에이가 지구를 빛나게 하는 장엄한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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