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 일제 침략은 35년이 아닌 70년이다

유남선
(사)강원도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세계 2차대전이 연합국이 승기를 잡고 종전 국면으로 치닫던 1945년 8월15일 일본천황의 무조건적 항복으로 세계대전은 연합국의 승리로 종전하게 되었고 우리는 해방, 광복이 되었다. 올 해 8월15일은 78번째 맞는 광복절이 된다.

필자는 일본제국주의 침략사나 우리 민족의 독립전쟁사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과 통한의 역사, 한 시대의 역사를 두고 이 시대를 부르는 용어나 그 기간에 대해 정부, 공공기관을 비롯해 학자,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이 제각기 다르기에 이 점을 말하고자 한다.

아울러 학자나 연구자가 아니라 농민운동, 민주화운동에 기여해 왔던 사회운동가의 입장과 생각으로 말하고자 한다.

해방후 70년대까지는 일제식민지시대, 일제시대, 왜정시대등의 용어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였고 70년대말, 80년대부터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 기간은 용어에 관계없이 1910년 한일병합부터 1945년 해방될때까지 35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설이고 통설이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가? 그렇게 부르고 말하는 것이 옳은것이며 타당한 것인가?

아니다. 필자는 일제침략 70년이라고 말하고 쓰고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1875년 강화도에서 운요호사건이 일어났다. 운요호는 부산항을 거쳐 서해안을 따라 올라와 강화도에 이르자 강화도 초지진에서 경고 포격을 하였으나 일본군은 영종도에서 살육과 수탈을 하고 돌아간 사건이다. 이 무렵 일본에서는 에도막부를 무너뜨리고 근대적 개혁을 추진하는 메이지유신 이후, 조선을 무력으로 정벌하자는 정한론이 형성되었다. 운요호사건은 이를 배경으로 치밀하게 준비된 의도적, 계획적인 침략사건인 것이다.

일본은 이를 명분으로 1876년 2월. 군함·군대를 보내 무력으로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 6월 조·일수호조규부록(강화도조약부속조약), 조·일무역규칙 체결을 강요했다. 이렇게 체결된 3개조약이 명백한 경제침탈, 주권침해의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 일본의 우리나라 침략은 이렇게 시작됐다.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운요호사건을 명분으로 한 점, 군함·대포·군인등의 무력시위가 있었던 점과 그 내용 또한 연안측량권, 영사재판권, 일본화폐 유통등을 규정하고 있어 단순한 조·일간 국교수립 차원이 아님이 확실하다.

이후 1882년 임오군란으로 인한 제물포조약 제1조는 군란의 책임자를 20일안에 일본국 관리 입회하에 취조, 처단하게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이 처단하게 하였으며 일본군대를 한성에 주둔하게 하는 등 내정간섭을 넘어 주권침해를 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895년 8월 20일 군대와 낭인들을 경복궁에 침입, 국모였던 명성황후를 살해한 후 그 시신을 경복궁 마당에서 불태우고 11월에 단발령을 내리게 했다. 을미사변이 일어난 것이다.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 경쟁을 하던 시기에도 일국의 국모를 참혹하게 살해하는 경우는 없었다. 주권국가에서 있어서는 안될 국권 침탈인 것이다. 일본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통해 두 나라를 무력화시키고 1904년 2월 한일의정서에 이어 8월에 제1차 한일신협약을 강요하였다.

당시 일본 내부에서는 1904년 5월 “대한방침” “대한시설강령”을 입해 적당한 시기에 보호국 또는 병합방침을 세웠으며 이에따라 1905년 11월에 을사늑약을 강요, 보호국으로 만든 후 통감부를 설치하였다. 이어서 1907년 고종퇴위와 군대해산, 1909년 사법권과 그 이듬해 경찰권을 박탈하는 한편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으로 부터 차례로 우리나라 지배권을 인정받고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한 뒤 8월29일 우리 영토를 일본에 편입시켰다.

일본제국주의는 1910년대에 헌병경찰제도로 무단통치를 하였고 1920년대에 경제수탈을 자행했으며 30년대 중일전쟁 당시에는 국가총동원령과 국민징용령을 내려 우리 영토를 전쟁기지, 병참기지로 만들었다. 뿐만아니라 광산, 비행장, 군수공장등으로 수많은 청년들을 끌어다가 강제노동을 시켰고 심지어 1943년에는 학도지원병제도로 학생들을, 1944년에는 징병제로 수십만명을전쟁터로, 여성근로령으로 여성들까지 군수공장으로 끌고 갔다.

일본제국주의 침략은 운요호사건과 강화도조약에서 시작된 것이며 침략기간은 1875년 운요호사건에서부터 1945년 해방될때까지 70년이다. 따라서 일제침략 70년이라고 말하고 쓰고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고 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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