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전우들이 피로 지켜낸 DMZ. 70년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을 지키는 후배들의 매서운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지난 25일 화천 7사단 GOP대대 경계 초소. 네 차례의 삼엄한 검문을 거치고 도착한 이 곳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평화를 수호하는 군사적 요충지다. 6·25전쟁 당시 마지막까지 한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정전 70년을 앞둔 이날 병사들은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새긴 채 경계 근무 투입을 위한 군장 검사를 받고 있었다.
소초장인 김재근 중위를 따라 ‘총성 없는 전쟁터’인 철책 경계 근무 현장에 도착했다.
소낙비를 뚫고 해발고도 800m에 위치한 초소에 도착한 병사들은 자욱한 안개 속에 자취를 감춘 비무장지대(DMZ)를 매서운 눈빛으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DMZ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경계근무 장비는 최첨단으로 바뀌었다. GOP 대대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통해 최전방을 굳건히 수호하고 있다. 열상감시장비인 TOD를 비롯해 고성능 카메라 등의 감시 장비가 북측 동향과 각종 특이사항을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하루도 빠짐없이 지휘부에 전파되고 있다. 철책을 감싸고 있는 광망 감지센서 또한 철책에 일정 강도 이상의 충격이 가해질 시 곧바로 상위 통제서버에 이상 신호를 전달한다.
7사단은 이러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통해 지난 2016년 9월 북한 귀순자 유도작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재근 중위는 “수백번이 넘는 경계 근무에 나섰지만 소초에 도착할 때마다 마주하는 DMZ와 적진을 바라보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이곳 GOP는 언제든지 긴급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부대원들에게도 매일 실전에 투입된다는 생각으로 근무에 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보 기자들도 10㎏에 이르는 방탄복과 헬맷을 착용하고 경계 근무를 체험해 봤다. 철책 진입로에 설치된 무릎 높이의 306개 계단을 오를 때부터 이미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반면 1분대장인 김영재 상병은 야간투시경, 통신장비, 우의, 비상식량 등이 담긴 전투 배낭을 메고도 전혀 힘든 기색 없이 계단을 올랐다. 김 상병은 “철책 경계 근무병은 체력이 생명이기 때문에 모든 부대원들이 개인정비 시간에도 뜀걸음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단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이곳 GOP는 아무에게나 허락된 공간이 아닌 만큼 자부심을 갖고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오후 5시가 되자 부대를 감싸고 있던 안개가 걷히고, 비무장지대(DMZ)와 북한의 감시초소(GP)가 눈 앞에 펼쳐졌다. K2 소총을 꽉 쥔 경계병들의 손등 핏줄도 더욱 굵어기지 시작했다.
수많은 전쟁 끝에 ‘적의 피가 나무의 뿌리까지 붉게 물들였다’는 뜻의 적근산과 6·25 전쟁 당시 마지막 승전보를 울렸던 425고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70년 전 시간이 멈춰버린 DMZ에는 분단국가의 비통한 역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