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산을 많이 봐서 그런지 강원도 출신들은 여전히 마음이 넓게 느껴져.”
최근 강원도로 여행을 온 지인이 꺼낸 20여년 전 대학 생활 이야기에 미소가 번졌다.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서울 생활을 시작해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지만 이제 그 지인의 이야기처럼 항상 산만 보고 생활해서 그런지 마음도 넉넉해진 기분마저 들었다.
강원도는 척박했다. 산간지대에서 풀과 나무를 불살라 버리고 그 자리를 일구어 농사를 짓는다는 화전(火田)이라는 말이 있듯 산비탈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이어 갔다. 현재는 자연인이라는 이름으로,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살고 싶어 깊은 곳을 찾아가지만 과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정부는 임산자원을 보전하는 한편 화전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시책으로서 화전민 이전사업에 착수, 유랑민 같은 삶을 살던 화전민은 다시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했다. 이제는 토성면 신평리 화전민촌이라는 지명에서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정도다.
척박한 삶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였던 산은 이제 미래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 블로그에 소개된 산의 가치들을 살펴보면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산림치유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의 울창한 숲은 우리 삶의 기반이라는 설명도 있다. 산림청의 ‘숲에서 찾는 나의 미래’에는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고, 숨쉬는 모든 것의 근원이 숲”이라며 “숲은 인류 문명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삶을 꾸려 가는 터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의 60% 이상을 산림이 차지하는 만큼 산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한 개인의 세계관도 산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첫 국제 메가이벤트이자 개막을 앞둔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의 흥행의 신호탄을 쏘는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강원일보사와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 (재)강원세계산림엑스포조직위원회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을 축하하고 세계산림엑스포 성공 개최를 위해 지난 17일 산림엑스포 주행사장인 강원도세계잼버리수련장과 화암사 숲길에서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 성공기원 D-100일 숲길 걷기대회’를 열었다. 전국에서 1,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룬 이날 행사를 통해 세계산림엑스포 성공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이날 행사를 두고 “강원세계산림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예견하는 자리”라며 “강원세계산림엑스포는 고성군의 산림을 바탕으로 미래 가치를 선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척박한 땅의 이미지를 무한한 잠재력의 가능성의 땅으로 바꾼 계기라고 설명했다. 고성군과 강원특별자치도는 17일 숲길 걷기대회를 통해 강원세계산림엑스포 성공 개최의 전국적인 열망을 하나로 모았다. 이와 함께 고성군은 한마음으로 산만 바라보며 키워 온 넉넉한 마음을 전 세계에 전해줄 준비를 하고 있다. 고성군의 구슬땀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