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7개 품목 할당관세 0%, 뛰는 외식물가 잡을 수 있나

정부가 최근 가격이 급등한 돼지고기와 고등어, 설탕 등 7개 농축수산물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다. 수입 돼지고기는 최대 4만5,000톤까지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돼지고기는 최근 야외 활동이 늘어난 데 따른 돼지고기 수요 증가 등으로 5월 삼겹살 가격이 예년 대비 17% 오를 전망이다. 고등어는 주요 수입처인 노르웨이의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입량이 할당관세 적용 물량에 못 미쳐 국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할당관세 적용 대상을 특대형(600g 이상)으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식품 원재료로 쓰이는 설탕(10만5,000톤)은 할당 관세율을 0%로 낮추고, 소주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조주정은 올해 하반기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설탕으로 가공되는 원당(수입 전량)도 할당 관세율 0%를 적용해 브라질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부터 수입을 확대한다. 외식 물가와 소주 값 등에 대한 부담을 낮추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공식품 원료 가격 인하가 소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비가 낮아지더라도 기업이 소매 가격에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라면 등 일부 가공식품 업체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지만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7.9%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인상 요인은 빨리 반영하고 인하 요인은 늦게 반영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강원도 내 외식 물가는 2020년 12월 이후 2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 기간 누적된 외식 물가 상승률은 16.7%에 달한다. 할당관세란 일정 물량의 수입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낮춰 주는 제도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지난해에도 소와 돼지고기에 0% 할당관세가 적용됐지만 갈비, 삼겹살 등의 소비자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 및 교통요금 인상,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환율 상승 등 하반기 물가를 자극할 요인이 산적한 상황이다.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가 내려가지 않으면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언제까지 가격이 뛰면 수입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폐기하는 정책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근원적인 수급 안정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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