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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인간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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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김민지 작가, 다음달 4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서 ‘세 가지 색 : 블랙’
인간을 향한 철학적 물음, 전시장을 나오는 길의 끝에서 삶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어

◇김영훈 作 Tell me the truth

매우 진부하고도, 오래된 화두를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앞서 던진 물음은 김민지 작가와 김영훈 작가가 다음달 4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펼치는 ‘세 가지 색: 블랙’ 전시의 궁극적인 이유다. 급격히 변화 돼 가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다채로운면서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후죽순 자리 한다. 한 인간의 몸 안에는 어쩌면 굉장히 다양한 인간상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전시는 회화·판화 설치 등 총 20여점의 작품으로 이루어진다. 이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색은 깊은 심연을 담은 검정색이다. 어둡고, 습한 느낌을 주지만 무엇이든 담아내고, 아무리 담아낸다고 하더라도 본연의 색은 변하지 않는 검정의 특성답게 김영훈 작가는 세상으로부터 눈을 감고 깊은 어둠으로 잠식 돼 가는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해 인간이 가진 존재의 깊이를 드러냈다. 왠지 모르게 섬뜩하면서도 끊임없이 동일한 이미지가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 속 자연스레 무한한 우주가 떠올랐다. 이곳이 우주의 일부이고, 그 곳에 고민하고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마주하게 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가슴 속 광활한 우주의 존재를 깨우치게 만들었다. 김영훈 작가는 “외부에 하나의 우주가 존재하지만, 우리의 내면에도 커다란 우주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고, 대단한 사람인지를 느끼는 전시가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지 作 나무2

고민에 빠진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김민지 작가의 작품 ‘나무’가 우리를 위로한다. 미약한 경계를 떠도는 존재에서 김 작가의 작품은 우리를 단단한 나무로 만든다. 깊은 먹색의 동양화로 표현된 풍경 위에서 부동의 존재인 나무를 인간에 대입,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인간과 나무의 묘한 관계를 형성 시킨다. 김민지 작가는 “13년 동안 타지 생활을 이어오며 정착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했었다”며 “본 전시가 여러분의 마음 속에 여운을 안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장 문을 열고 나오는 길, 드디어 물음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생각하는 나만이 남은 이곳, 끊임없는 생각의 끝에는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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