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토양 정화를 마친 군부대 이전 부지를 민간이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름에 오염된 흙과 폐기물이 무더기로 나왔다. 춘천농협이 춘천시 석사동 옛 611경자동차대대 부지를 매입해 2020년 상반기 NH타운 기초 토목 공사를 위해 해당 지역 땅을 파던 중 유류에 오염된 흙과 지하수 등이 발견된 것이다. 군용 폐타이어, 폐전신주 등 각종 폐기물도 묻혀 있었다. 공사는 중단됐고 대학 조사팀이 정밀 조사를 실시한 끝에 다수의 지점에서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부지는 2012년 부대가 떠난 이후 토양 오염이 확인돼 2014년부터 2년여간 국방부 주도로 토양 오염 정화작업을 끝낸 곳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정화작업을 어떻게 진행한 것이냐는 지적을 오히려 받게 됐다.
춘천농협은 2021년 8월 국방부와 춘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16억8,000만여원으로 다음 달 초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부실한 부지 정화작업의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예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만약 정화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오염토인 게 분명하다면 사안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국방부의 토양 정화작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의혹에서 사실로 바뀌는 일이기 때문이다. 땅을 팠다 하면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니 군부대 부지의 정화작업 자체에 대한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책임 소재도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국방부에서는 정화작업을 끝냈다고 전달받아 적법한 행정 절차에 맞춰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이라면 담당 공무원과 시공업체에 대한 책임 추궁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춘천시 석사동 옛 611경자동차대대 부지는 춘천시가 오랜 시간 기다려 국방부로부터 돌려받은 요지로 꼽힌다. 낙후된 지역 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 도심 속 공간이 여전히 폐유나 중금속 범벅이라면 상상만으로도 불쾌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중금속이나 폐유는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 분해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NH타운 부지 외 다른 곳도 문제가 잠복해 있을 수 있다. 오염 물질 배출은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행위다. 토양이 오염되면 지하수와 하천수가 병들고 생명이 살 수 없는 버려진 땅이 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전면적인 재조사를 통해 시민 우려를 씻어야 한다. 이번 재판이 군부대의 환경 오염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나아가 군의 환경 정의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