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칼럼]민사조정제도에 관하여

배성준 춘천지방법원 판사

지난 2022년 9월 7일자 법정칼럼에서는 민사적인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송뿐만 아니라 협상, 중재, 조정 등의 제도가 있다는 점을 소개하였다. 금전관계로 인한 다툼 등 민사적인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받아볼 수도 있겠지만, 소송은 그 절차가 복잡하고 큰 비용이 들어가며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으므로, 이를 대체하는 분쟁해결방법(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으로 협상, 중재, 조정 등의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위와 같은 대체적 분쟁해결방법 중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민사조정제도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안내를 하고자 한다.

민사조정제도는 민사에 관한 분쟁에서 중립적인 제3자가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당사자가 쉽게 협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쟁해결방법이다. 조정절차는 ① 당사자가 직접 법원에 서면이나 말로 조정을 신청하여 개시될 수 있고, ② 이미 당사자 간에 소송이 계속 중인 경우에는 수소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여 개시될 수도 있다. 개시된 조정절차는 조정담당판사나 법원에 설치된 조정위원회 또는 수소법원에 의해 진행되는데, 당사자는 소송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조정기관은 당사자로부터 진술을 들은 뒤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적당한 방법으로 사실 또는 증거를 조사할 수 있다.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이 조정절차에서 한 진술은 민사소송에서 이를 원용하지 못하므로(민사조정법 제23조), 조정의 성립을 위해 한 진술이 나중에 진행될 수 있는 소송절차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하면 합의된 내용을 조서에 기재하게 되는데, 이 조서를 조정조서라고 한다. 조정조서의 내용은 확정된 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으므로(민사조정법 제29조, 민사소송법 제220조), 만일 상대방이 조정조서에 기재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초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성립되지 않거나 성립된 합의 내용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정사건은 ‘조정불성립’으로 종결하게 된다. 다만, 조정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도 조정담당판사나 수소법원이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이익이나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도 있는데, 위와 같은 결정이 있는 경우 그 결정문을 송달받고서도 2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 내용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게 되므로, 불복이 있는 때에는 반드시 위 기간 내에 이의신청을 하여야 함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민사조정제도는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신속하게 진행되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당사자가 상호 타협과 양보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게 되므로, 일도양단적 결론이 내려지는 소송에 비해 서로 간에 감정적 앙금이 남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다.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행복한 일들만으로 가득하겠지만, 혹시나 피할 수 없는 분쟁이 발생한다면 민사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해 보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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