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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펫로스(Pet loss)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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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4분의 1인 1,400만명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시대가 됐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접촉반경을 최소화하면서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특히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동반자다. “안내견은 죽어서도 바로 천국에 가지 않는단다. 주인이 죽어서 천국에 갈 때 안내하려고 천국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2005년 신년특집 2부작 TV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에서 시청자들을 울린 대사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도록 훈련된 안내견의 역사는 깊다. 고대 로마시대 폼페이 벽화에 그려져 있고, 6세기 프랑스 북부에서 한 선교사가 안내견과 함께 다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13세기 중엽 중국의 그림에도 등장한다. 본격적인 안내견 양성은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 시작됐다. 전쟁 중 실명한 상이군인을 돕기 위해 1917년 세계 최초로 안내견 학교를 세웠다. ▼가족같이 소중한 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펫로스(Pet loss)증후군’이라 한다. 깊은 유대감을 갖게 된 반려동물을 잃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지만, 이따금 가족의 죽음과도 견줄 수 있을 만큼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현상은 주로 주인 측의 부주의로 동물이 사망했을 때, 주인이 안락사를 통해 반려동물의 삶을 끝내기로 결정했을 때, 혹은 신변상의 한계로 인해 동물을 처분해야 할 때 등 애완동물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질 만한 계기가 동반됐을 때 발생하기 쉽다. ▼추석을 앞두고 반려동물 주인들의 고민이 깊어진다는 소식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연휴 동안‘반려동물 돌보미’를 구해야 하지만 애견호텔 등 반려동물 보호시설의 예약이 꽉 차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반려(伴侶)동물이란 말이 정착된 지 이미 오래다. 반려자(伴侶者) 외에 이 말을 쓰는 대상이 또 있을까. 삶의 의미를 주는 대상이 꼭 사람만은 아닌 것 같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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