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별의 요람부터 무덤까지 최초 포착 …춤추는 은하와 블랙홀 현상 등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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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별 품은 별의 요람…7광년 봉우리 솟은 오렌지색 우주절벽
죽어가는 별들의 '찬란한 유언'…지름 0.5 광년 남쪽고리 성운
1천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의 분광 수증기 형태

용골자리 성운의 우주절벽과 아기별[UPI=연합뉴스. 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속보=별의 탄생과 소멸 모습을 비롯해, 1천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대기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까지 우주의 신비가 12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공개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메릴랜드주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이 찍은 영롱한 보석 빛깔의 풀컬러 고해상도 우주 사진과 분광 분석 자료를 공식 발표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우주망원경인 웹 망원경을 통해 우주 가장 깊은 곳의 디테일까지 선명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우주 관측의 새 시대를 활짝 연 것이다.

'인류의 눈' 웹 망원경은 근적외선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장비(MIRI)를 활용해 별의 요람과 무덤 등 베일에 가린 우주의 속살을 드러냈고 외계행성 대기까지 분석해내는 역량을 과시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모든 이미지는 새로운 발견이다. 각각의 사진은 인류가 전에 본 적이 없는 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존 매더 NASA 선임 과학자는 "사진을 보면 볼수록 은하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NASA는 이날 별들의 요람으로 알려진 용골자리 성운에 자리한 '우주 절벽'(Cosmic Cliffs)과 아기별들의 숨 막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찍은 남쪽고리 성운[UPI 연합뉴스. 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용골자리 성운은 지구에서 약 7천600 광년 떨어져 있으며 밤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 중 하나다. 이 성운은 태양보다 몇 배나 더 큰 대형 별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적외선 망원경인 웹 망원경은 관측을 방해하는 우주먼지와 가스를 뚫고 용골자리 성운 가장자리에 위치한 오렌지색 우주 절벽을 촬영했다.

지구의 바위투성이 산을 떼어내 옮겨놓은 듯한 이 우주 절벽은 기존에는 관측되지 않았던 곳이다.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이 절벽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무려 7광년에 달한다.

여기에 아기별의 강력한 자외선은 이 가스 절벽을 뚫고 나와 촘촘히 박힌 보석처럼 빛나는 장관을 연출했다. NASA는 웹 망원경이 별의 형성과 진화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웹 망원경은 약 2천500 광년 떨어진 돛자리에서 죽어가는 별 주변으로 가스구름이 팽창하는 우주 공간 남쪽고리 성운도 응시했다.

'8렬 행성'(Eight Burst Nebular)으로도 불리며, 성운의 지름이 약 0.5 광년에 달한다.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이 별은 마지막 힘을 다해 유언을 전달하듯 반지 모양의 화려하고 찬란한 빛을 내뿜는 모습으로 찍혔다.

NASA는 어두워지며 죽어가는 이 별이 내뿜는 가스와 우주먼지를 웹 망원경이 전례 없는 디테일을 담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스테판의 5중주' 은하군[AFP 연합뉴스. 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으로 공개된 우주의 신비는 춤추는 은하였다. 2억9천만 광년 밖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5개 은하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를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웹 망원경이 포착한 이미지 중 가장 크다. 1억5천만 화소를 자랑하는 1천 개 그림 파일이 합쳐져 하나로 탄생했고, 촬영한 전체 이미지는 달 지름의 5분의 1을 덮을 정도다.

이 소은하군은 1877년 최초로 발견됐고, 은하 5개 중 네 개가 서로 중력으로 묶여 근접했다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NASA는 '스테판의 오중주' 사진에 대해 은하들이 충돌하는 장면이라며 "중력 작용으로 은하들이 춤을 추면서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진은 상호 작용을 통한 초기 은하의 진화 과정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5개 은하 중 하나인 NGC 7319에는 태양 질량의 2천400만 배에 달하는 거대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어 은하의 충돌과 블랙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NASA는 판단하고 있다.

NASA는 웹 망원경을 통해 지구에서 1천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96 b의 분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증기 형태의 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분광은 행성의 빛 파장을 분석해 대기 구성 물질 등을 밝혀내는 작업을 말한다.

웹 망원경은 WASP-96 b와 이 행성의 대기가 별 앞을 지나갈 때 발생하는 현상을 관측했고, 이 행성 대기에 수증기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NASA는 "웹 망원경이 외계행성을 둘러싼 대기에서 구름, 연무와 함께 물의 뚜렷한 특징을 포착했다"며 "이는 웹 망원경이 전례 없는 대기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밝혔다.

WASP-96 b는 봉황자리에 위치한 거대 가스 행성으로, 질량은 목성의 절반 정도다. 2014년 발견된 이 행성은 3∼4일 공전 주기로 항성을 돈다.

앞서 NASA는 전날 백악관 미리보기 행사를 통해 태고의 빛을 담은 SMACS 0723 은하단 이미지도 공개했다.

이 은하단은 멀리 떨어진 천체의 빛을 확대해 휘게 하는 '중력 렌즈' 역할을 한다. 사진에는 빅뱅 이후 8억 년 뒤인 130억 년 전에 만들어진 초기 우주 천체의 빛이 관측됐다.

과학계에선 웹 망원경이 우주의 탄생 및 진화와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를 규명하는 데 큰 진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웹 망원경은 작년 12월 우주로 발사됐고, 올해 2월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 궤도에 안착했다.

L2 안착 직후 웹망원경이 지구에서 약 2천 광년 떨어진 별 모습 등을 찍어 보내와 NASA가 일부 공개한 바 있지만, 정교한 처리 과정을 거쳐 풀컬러로 우주 깊은 곳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NASA 등이 우주 5곳의 이미지를 공개하자 외신과 과학계는 앞으로 "우주를 보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면서 찬사를 쏟아냈다.

CNN방송은 "웹 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는 수십 년을 기다린 가치가 있었다"면서 "이 이미지들은 향후 20년간 웹 망원경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미지들의 하나로, 앞으로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송에 출연한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은 공개된 이미지 가운데 하나인 'SMACS 0723 은하단'의 사진을 설명하면서 "이미지상에 버블처럼 보이는 것은 1천억개의 별이 있는 하나의 완전한 은하"라고 말했다.

수개월 내 웹 망원경을 연구에 사용할 예정인 행성 천문학자인 하이디 해멜은 워싱턴포스트(WP)에 "웹 망원경이 처음 보여준 것은 향후 성과의 맛보기"라면서 "이 뛰어난 망원경을 통해 각종 기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현재까지 촬영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천문학자들은 그동안 꿈꿔왔던 모든 것과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사가 웹 망원경을 통해 지구에서 1천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가운데 망원경을 통해 외계 생명을 신호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과학계에서는 나온다.

이와 관련,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날 이미지 공개 행사에서 "어딘가 굉장한 무엇인가가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다"는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발언을 인용한 뒤 "내 생각에 이 말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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