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천 곡운구곡 1.5m 높이 가려
고성 평화의길 2.1㎞ 설치돼
주민들 “경관 훼손·민폐” 호소
환경부 “종합대책 수립 계획”
속보=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본보 5월 30·31일·지난 7일자 각 5면 보도)가 일부 지역의 주요 관광지를 차단, 논란이 일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는 데도 도움이 안 된 데다 오히려 지역에 민폐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찾은 화천군 사내면 곡운구곡, 이곳은 북한강 지류를 따라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어 여름이면 지역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까지 모여드는 ‘명소'이지만 경관의 대부분이 야생멧돼지 차단을 위한 1.5m 높이의 울타리에 가려져 있는 실정이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발생 이후 춘천에서 화천으로 향하는 도로와 사내면 계곡으로 향하는 진입로 곳곳에 이 같은 울타리가 설치된 것이 원인이다.
이처럼 지역 명소인 자연에 인공적인 울타리가 들어서면서 지역 문화유산도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특히 곡운구곡의 백미인 삼일리 ‘신녀협'은 강원도기념물 63호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예술적 가치가 높지만 인근 도로가 울타리로 둘러싸이면서 눈길조차 닿지 않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출입문도 일부 울타리에만 설치돼 있어 드나들기도 불편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경관이 울타리로 인해 훼손되면서 주민들도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삼일리에 거주하는 길모(58)씨는 “조선시대부터 비경으로 유명했던 지역인데, 울타리 하나에 이렇게 경관이 무너지다니 너무나 안타깝다”며 “주민들에게도 좋은 피서지였는데, 울타리로 경관을 가리면서 의미가 퇴색됐다”고 토로했다.
도내에 울타리가 설치된 관광지는 화천뿐이 아니다. 고성 DMZ평화의 길도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관광이 중단된 이후 지난해 관광객 통로 약 2.1㎞ 구간에 야생멧돼지 차단을 위한 울타리를 추가 설치했다. 강원도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가 현재 다양한 주민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환경부에 조정을 건의했으나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에 대한 용역을 통해 개별적인 대책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어떤 불편사항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서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