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여름 빛깔 '강릉 경포']전통방식 그대로 산지 식재료 조리 맛있게 즐기고 몸속 독소까지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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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 보고 가기엔 아쉬워 자연과 더불어 일상 디톡스

◇사진 위쪽부터 월성식당, 선미한과, 보헤미안 경포점, 고부순두부의 전경. ◇경포해변 라이딩 중 만나는 AURA Cafe&Lounge 경포점은 오션뷰에 커피뿐만 아니라 칵테일과 와인까지 판매하고 있다. ◇강릉 경포습지의 아름다운 전경. 강릉=권태명기자

가마솥으로 뭉근히 끓인 초당순두부

향토음식 장치찜 입맛돋우는 특효약

전통 한과에 놓칠 수 없는 커피 한 잔

강릉의 자연을 떠올릴 때 바다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경포호수 인근에는 강릉 사람들에게 허파같은 역할을 하는 생태 습지공원이 있다.

이곳의 초여름은 따사로운 햇볕 아래 초록 습지에 좀개구리밥부터 이름 모를 식물들이 자라고, 넓은 식물의 이파리 위에서는 하늘빛의 실잠자리들이 사랑을 나누는 시기다. 42과 152종의 조류가 산다더니 저어새로 보이는 새들이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풍경과 참새들도 호다다닥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야말로 평화롭고 한적해 보였다. 습지 옆으로는 경포호수를 낀 한적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도심의 복작이는 세상살이는 잠시 잊고 식물, 동물과 어울려 생명을 만끽하며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공간만큼 음식도 ‘자연 친화'적이다. 관광지에서 보던 자극적이고 특이한 조리법으로 승부하는 식당 대신 전통을 고수하고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쓰는 식당이 가득하다. 한나절을 보내며 일상의 ‘독'을 빼기에 제격이다.

■‘초두부' 한 모 주세요=경포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초당두부마을이 있다. 주로 부치거나 졸이는 요리를 즐겨 비교적 단단하게 구성된 한국식 두부밥상과 달리, ‘촛물'이 몽글몽글하게 뭉칠 정도로만 형태를 잡은 강릉식 ‘초두부'는 그 자체로 특별하다.

‘촛물'은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거품을 걷어낸 따듯한 콩물을 이르는 말인데, 가마솥에 콩물을 넣고 끓이는 전통 제조 방식이 아니면 만나보기 어렵다. 길가를 따라 쭉 늘어선 두부집들을 살펴보다 옛집을 그대로 쓰는 듯 허름한 외양에 끌려 ‘고부순두부'로 걸음을 옮겼다. 식당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 집은 시할머니, 시어머니, 사장 김미영씨까지 고부 3대에 걸쳐 두부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시할머니가 매일 바닷물을 길어와 두부를 만들어 팔던 것을 시어머니가 이어받았고, 며느리 김씨는 시할머니와 시어머니가 두부를 만들던 주택을 개조해 식당을 열었다. 대표 메뉴는 초당순두부 정식. 고슬고슬한 밥과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하얀 순두부 한 대접, 간장, 비지 한 종지, 반찬 6가지를 같이 내어준다. 우선 간장을 넣지 말고 순두부 자체의 맛만 느껴보길 추천한다. 첫입은 밋밋한 듯하지만 혀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부서지며 번져 오는 고소함과 바닷물 특유의 은은한 짭짤함이 조화롭다. 두부가 맛있으니 ‘콩' 으로 만든 다른 식품도 당연히 추천이다.

특히 강원도 여행 중이라면 꼭 한번 강원도민들이 된장 대신 먹는 ‘막장'을 먹어보기를 권한다. 막장은 메주를 잘게 부순 뒤 보리와 고추씨 등을 섞어 볶은 장으로 메주에서 간장을 빼지 않아 구수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염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발효 과정에서 소금을 넣지 않아 일반적으로 된장보다 염도가 낮다. 경포대 주차장 인근에 있는 식당 ‘까막장이야기'는 그런 ‘막장'을 세련되게 구현한 집이다. 고슬고슬한 돌솥밥에 콤콤하게 잘 삭은 고추장아찌 한 입, 진하게 끓인 된장찌개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별미다.

■고슬한 밥 위에 쫄깃한 ‘장치' 한 점=바다를 닮은 밥상도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차를 타고 10분 정도 지나면 주문진 시장이 나오는데 동해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해산물이 가득하다. 가게마다 다른 조리법, 다른 양념으로 승부하니 죽 늘어선 가게 속에서 ‘나만의 맛집'을 발견하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그중에서도 ‘월성식당'은 강릉 향토음식인 장치찜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감자를 깔고 빨간 양념에 쪄낸 장치찜은 스트레스에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만드는 특효약이다. 가볍게 젓가락을 가져다 대면 파스스 부서지는 흰 속살은 놀랄 만큼 부드럽고, 매콤 칼칼한 양념이 입맛을 돋운다.

■‘장인정신' 느껴지는 디저트 한 입=인근에는 저마다 강릉의 깐깐한 ‘장인정신'을 계승한 디저트 집이 가득하다. 우선 초당두부마을에서는 ‘순두부 젤라또'를 먹어보길 추천한다. 순두부를 흉내낸 두유 맛 정도를 생각한다면 오산. 상상 이상으로 잘 구현된 두부맛에 눈이 번쩍 뜨인다. 젤라또 베이스에 초당두부마을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순두부를 그대로 갈아 넣어 만든다. 경포해수욕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는 사천 한과마을이 있다. 13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한과제조 기술의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마을 초입에는 한과마을에 자리잡은 한과 업체들의 이름을 나열한 표지판이 있는데, 언뜻 보더라도 20곳이 넘어 마을의 위상을 짐작게 한다. 다 똑같은 한과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이곳은 지금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한과를 위해 환골탈태 중이다. 그중 ‘선미한과'는 ‘한과는 고루하다'는 편견을 벗기기 위해 포도, 커피, 선인장, 호박, 흑임자, 쑥 등 다양한 재료의 맛과 색을 한과에 입혔다. 그러면서도 한과의 기본은 잃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 모든 한과는 전통방식에 따라 30일 이상의 시간을 들여 완성된다고. 과거의 전통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대와 어우러지는 모습이 꼭 강릉의 정신과 닮아 있는듯 하다.

■촉촉함에 취하는 티라미수, 바다 풍광에 감탄하는 카페=경포대에서 오죽헌 인근에는 카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강릉에서 ‘커피'가 빠질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올림픽경기장 바로 앞에 있는 카페 ‘보헤미안'에서 커피 향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이곳에 온다면 커피와 함께 ‘티라미수'를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모카향을 입힌 ‘양산형' 케이크와 달리 산미와 구수한 맛이 조화를 이룬 커피가 촉촉하게 케이크 밑에 깔려 있다. 만약 경포대에서 경포해변 방향으로 자전거를 탄다면 목 축일 카페가 적어 놀랄 수 있다. 그러나 안쪽으로 조금만 더 페달을 밟으면 ‘AURA(아우라)'라는 간판의 카페가 나온다. 커피와 칵테일을 팔고, 바다가 보이도록 시원하게 개방한 뷰가 포인트. 무알코올도 가능하니 바다를 보면서 시원한 모히또 ‘경포' 한잔을 하는 것도 좋겠다.

글=박서화·이현정·김현아기자

사진=권태명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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