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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특집]“장애는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희망 전하려 칼럼 쓰고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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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복장애 아이 키우며 활동가 일하는 김영심씨 /

딸 이해하려고 아동학 등 공부

학위 4개·자격증 줄줄이 취득

美서 딸아이와 토크콘서트 꿈

“전 세계 사람에 용기 주고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되뇌고 또 되뇌었다.

선천적인 심장 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고열로 뇌병변을 얻어 걷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했다.

속초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심(49) 한국장애인연맹 강원DPI 활동가의 딸이자 중복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민정(16)양의 이야기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눈 김 활동가는 딸이 태어났을 때 절망감이 가장 먼저 엄습했다고 고백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하면서도 세상을 원망했고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얼마든지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딸의 눈을 보며 희망을 얻었고,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은 ‘엄마'뿐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아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곳곳을 발로 뛰어다녔다.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얼굴을 가리던 모자를 벗자 삶을 짓눌렀던 두려움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그와 ‘원팀'(One team)인 민정이는 꾸준한 재활치료로 이제 걷고, 조금은 볼 수 있다. 김 활동가에게 이제 민정이는 스승이다. 그는 딸을 이해하기 위해 아동학 등을 공부해 학위 4개를 얻었다.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자격증도 줄줄이 땄다. 그는 전 세계가 민정이의 놀이터라고 여기고, ‘세계는 민정이 놀이터' 라는 이름으로 교육기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특히 2018년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출연이 전환점이 됐다. 못하는 영어를 공부해 맨발로 무대에 오른 그는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전했다. 단지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서 용기를 전하는 ‘행복 강연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김 활동가는 “장애는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래도 딸이 이렇게 아프다고 말하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나. 저희 이야기로 사람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해서 강연도 하고 칼럼도 쓰고 그런다”고 전했다.

그렇게 2016년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생활속에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영웅 44인'에 선정됐고 2019 세계 장애인의 날 기념 보건복지부 장관상, 2020 강원도 장애인복지대상 장한 장애인 가족 부문을 수상했다.

이제 그의 큰 꿈은 미국 카네기 홀에서 민정이와 토크콘서트를 하는 것. 세계인에게 용기를 주고자 함이다. 그는 “장애가 있는 아이와 사는 나는, 마라톤 주자를 묵묵히 이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다. 민정이는 성인 걸음으로 14분 거리를 30분 넘게 걷는다. 사회 전체가 페이스메이커가 돼 장애가 장애로 느껴지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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