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주택 화재 가장 큰 원인은 ‘안전불감증'

주진복 춘천소방서장

지난 10일 오후 5시께 사무실 천장 스피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춘천시 00면 00리 소재 주택 주방 조리용품을 냄비에 올려놓고 불이 켜진 상태에서 외출한 사이 음식물이 탄화해 연기와 불꽃이 발생했다”는 사고로 소방본부 119상황실에 화재신고가 접수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이웃이 먼저 가서 자체 진화해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매년 주택, 아파트 등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주방 화재사고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1,780건의 화재 중에서 주거시설 화재가 465건이었으며, 이 중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2.6%(198건)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상당히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화재의 원인을 살펴보면 가스레인지, 인덕션 등 조리기구 주변 가연물에 의한 화재, 벽이나 환기구 후드에 있는 기름 찌꺼기 화재, 조리 중 자리이탈(낮잠, 음주 후 취침, 장시간 전화통화, TV 시청, 외출)로 인한 화재, 식용류 사용 중 과열로 인한 화재 등 상당수가 부주의와 연관돼 있다.

이 같은 부주의한 행동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바로 안전불감증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토영삼굴(兎營三窟)'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토끼는 숨을 수 있는 굴을 세 개는 마련해 놓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미리 여러 가지 술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주택화재 예방법을 익혀 사전에 피해를 막아야 한다. 첫째, 조리기구 주변에는 종이, 고무장갑 등 가연물을 놓지 않는다. 둘째, 가스레인지 주변 벽이나 환기구 후드에 있는 기름 찌꺼기를 주기적으로 청소한다. 셋째, 음식물 조리 중 국이나 장시간 음식을 가열할 경우에는 절대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되며 외출 시에는 가스·전기기구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넷째, 식용류는 가열됐을 때 화재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불이 붙었다면 뚜껑을 덮거나 상추·배추 등 채소류를 넣어 열을 낮추는 방법으로 진압해야 한다. 다섯째, 가스 사용 전후에는 환기를 시키고 소화기를 거실에 꼭 비치한다. 주방에는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반드시 설치해 화재 시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

만약에 불이 났을 때에는 각 가정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거나 신속하게 대피하면서 즉시 119에 화재신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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