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발언대]겨울철 교통사고 주범 ‘도로 살얼음'

김성균 국립기상과학원장

겨울의 문턱을 막 넘기던 지난달 30일, 강원도 곳곳에서 도로 미끄럼 사고가 발생했다. 그날 새벽 기온이 영하 1도 부근까지 내려갔는데, 0.5㎜ 이내의 약한 비가 내리자 도로 위에 얇은 얼음막이 형성된 것이다. 도로살얼음은 결국 교통사고로까지 이어졌다. 이같이 도로살얼음을 주요 원인으로 하는 대규모 교통사고가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2020년 1월6일 경남 합천 33번 국도에서 생긴 41중 추돌사고가 그 대표적 예다.

도로살얼음이란 추운 겨울철 눈이나 비가 아스팔트 도로의 틈새에 스며들었다가 낮은 표면 온도로 인해 얼어붙어 얇은 얼음막을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워낙 얇고 투명하게 형성돼 도로의 검은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치기 때문에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도로살얼음이 생긴 도로 위에서는 자동차가 시속 30㎞ 이상 속도를 낼 시 운전 방향을 설정하거나 움직임을 제어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로 인해 교통사고 치사율이 마른 도로의 1.5배에 달한다.

특히 지리적으로 고위도에 위치한 강원도의 경우 기상 특성상 도로살얼음으로 인한 교통사고, 보행자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대상 결빙 취약구간(166개소, 2021년 6월 기준) 중 강원도는 30개소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겨울철(11~3월) 도로결빙 시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율은 강원도의 태백시, 평창군, 정선군이 경상북도 북부 내륙지역(봉화군, 영양군, 청송군) 다음으로 높다. 이는 복잡한 산지 지형이 주를 이루고, 야간에 급격한 기온하강을 보이는 곳이 많은 지역 특성에 기인한 결과다. 또한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교량과 터널이 많아 도로살얼음 취약구간이 많은 이유도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도로기상 및 노면정보 집중관측과 웹 기반의 도로살얼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수집과 기술 발전을 토대로 우선적으로 강원지방기상청, 강릉국토관리사무소와 협력해 강원지역 도로결빙 취약구간에 서리와 노면결빙을 관측할 수 있는 기상관측장비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강원지역에 특화된 도로기상정보 서비스를 구축함으로써 도민 안전 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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