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돈쭐과 혼쭐

‘돈쭐'이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돈'과 ‘혼쭐'의 합성어인 돈쭐은 선행에 나선 한 점주나 기업의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해 ‘돈으로 혼내준다'는 반어적인 의미로 쓰인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이런 사람은 돈쭐 좀 나게 해야 한다” “아직 돈쭐이 덜 났네요”라는 표현을 통해 선행을 베푼 주인공을 맘껏 돕자는 일종의 캠페인을 펼치곤 한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와 온라인 소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엔 ‘타깃'이 공유되는 순간 곧바로 돈쭐 시스템이 가동된다. 단돈 5,000원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던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선물한 치킨집 사장, 홀로 딸을 키우는 아빠가 딸 생일날 공짜로 피자를 먹을 수 있도록 선물한 피자가게 사장 등 모두가 돈쭐이 났다. 최근엔 탈레반을 피해 한국에 들어온 아프가니스탄인이 머물 수 있도록 한 충북 진천의 선행을 돕자며 인터넷 매장인 ‘진천몰'에 주문이 폭주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아무리 어려움을 겪어도 이러한 미담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정치계는 혐오와 악담이 대부분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서로를 위하는 본성이 가득한데, 정치판에만 들어서면 서로가 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쭐을 내자고 한목소리를 냈던 사람들도 정치 얘기만 나오면 날카로운 글과 말로 서로를 겨눈다. 언론 또한 어느 한쪽을 대변하며 국민을 갈리게 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이젠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라도 반복되는 갈등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방치한 정치인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소중한 한 표를 통해 그들에게 제대로 된 혼쭐을 내주지 못한 우리 유권자들 때문인가 고민해야 한다. ▼내년이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진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살피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정치 문화를 요구해야만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혼쭐날 대상은 우리 자신이 될 뿐이다.

이무헌서울취재팀장·trust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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