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발언대]샐러드볼 이론

김수영 평창군평생학습매니저

샐러드볼 이론은 우리나라 정치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야당 대표가 당선 수락연설에서 제일성으로 ‘공존'을 이야기하면서 제기한 이론이다.

“다양한 사람이 샐러드볼에 담긴 각종 채소처럼 고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서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조직문화 속에서 소통을 이뤄 나가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연설에서 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여성에게 여성다움”을 “누군가에게는 청년다움을” 강조하는 것은 폭력이라 규정하면서 ‘다움'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던져야 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비되는 것이 용광로 이론(Melting Pot theory)이다. 인종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의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화될 수 있으리라 보는 관점의 사회이론으로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이민자들을 철광석에 비유해 그들이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기존 문화에 융해된다는 것으로서, 수많은 소수민족이 존재하지만 국민의 대다수가 한족인 이유로 한족 중심의 정책을 쓰면서 소수민족의 문화를 전체에 융화시키고 있는 대륙의 정책이야말로 대표적인 용광로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문화는 우리의 정치사(政治史)에도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다. 우리끼리 하면서 모이는 계파정치, 우리가 남이가?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정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주장하는 내로남불의 정치, 이 모두는 집단지성을 무시한 원초적 불통의 시작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개인우선주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결혼이 보편화되면서 대두된 것이 문화적 다양성을 장려하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정책이 정착돼 가고 있다. 초창기 외국인 배우자들을 위한 복지정책과 교육은 용광로 이론에 기반을 두고 펼쳤다면, 지금은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가진 자원을 활용하는 샐러드볼 이론의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돌풍이라고, 우리 정치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와 질시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젊은 당대표는 연설의 말미에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주십시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부터라도 비빔밥에 제대로 된 고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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