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생물이야기]사람의 창자 길이는 자기 키의 5배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꼬불꼬불 휘어져있는 창자

부피 줄여 복부에 자리잡아

인생의 에움길이 꼬불꼬불해 걷기 힘들거나 세상살이 험하고 어려울 때를 구절양장(九折羊腸)이라 한다.

구절양장, 아홉 번 꺾어진 양의 창자란 뜻이 아닌가. 초식동물인 소나 염소, 양의 창자는 참 길다. 그런가 하면 육식동물은 창자가 짧고, 잡식은 그 중간에 든다. 여하튼 소의 창자는 그 길이가 60m로 몸길이의 22배, 돼지는 16배, 사람은 대략 5배쯤 된다. 그리고 초식동물은 성질이 온순한데 육식동물은 사납다. 인종도 다르지 않으매.

그런데 우리의 한 뼘 남짓한 배 속에 도대체 그 길되 긴, 9m 남짓한 '구절양장(빨랫줄)'이 들이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창자가 찬찬, 돌돌 말려 있기 때문이다. 싹을 틔우는 고사리 싹을 보아도 감줄(코일·Coil)처럼 말려있지 않는가. 하나의 실타래에 얼마나 많은 실을 감을 수 있는가. 올챙이 창자도 국수사리 같다.

또 여러분들이 여행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일이 있으니 공항검색대 앞에 선 뱀 줄(구절양장) 말이다. 사람들이 창자 꼬이듯 꼬불꼬불 줄 서 있는 것을 본다. 그건 좁은 공간(면적)에 많은 사람을 가두기 위함이다.

그런데 사람의 '곱창(Small intestine)' 길이가 평균 6~7m이고, 대장(Large intestine)은 1.5m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소장 자체에는 주름이 많고, 거기에는 손가락 모양의 아주 작은 현미경적인 융털(융모·絨毛, 1㎟ 30개 정도 분포함)이 수없이 나고, 그 융털에 또다시 작은 돌기들이 빽빽이 난다. 이리하여 소장의 원통표면적의 약 600배인 200㎡까지 넓힐 수가 있다. 적은 공간(부피)에 아주 넓은 표면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주름과 돌기이며, 그렇게 하여 양분의 흡수면적을 무한히 넓힌다!

주름과 꼬임은 좁은 공간(부피)에 많이 넣을 수 있는 경제성에 있다.

50m 길이의 라면(Ramyeon)도 뱅글뱅글 돌려 말았기에 부피를 한껏 줄일 수 있었던 것! 다시 말하지만 창자는 유명하여 애(애간장), 속, 양, 밸(배알) 따위의 여러 별명을 가졌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