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생물이야기]'부아가 치밀어 오른다'의 부아는 허파?<1148>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허파를 부아·폐(肺)·폐부(肺腑)·폐장(肺臟)이라 부르며 영어로는 'Lung'인데, '렁' 하면 어쩐지 속이 텅 빈 느낌이 든다. 실은 허파는 해면(갯솜,Sponge)조직이라 뻐끔뻐끔 틈이 많다.

부아는 허파다. 그리고 '허파'를 뜻하는 '부아'란 보통 노엽거나 분한 마음(화, 화딱지, 골)을 일컫는다.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꾹 참았다'거나 '부아를 돋운다' 등으로 쓰인다. 하여 분한 마음(부아)이 몹시 강하게 일 때 '부아(허파)가 뒤집힌다', '부아(허파)가 상투 끝까지 치밀어 오른다'라 한다.

'부아 돋는 날 의붓아비 온다'란 가뜩이나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있는데 미운 사람이 찾아와 더욱 화를 돋우는 경우나, 한창 곤란한 일을 겪고 있을 때 반갑잖은 일이 겹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허파(부아)에 바람 들다'란 마음의 평정을 잃고 실없이 행동하거나 까닭 없이 지나치게 웃음을 핀잔하는 말이고, '허파(부아)에 쉬슨 놈'은 생각이 없고 주견이 서지 못한 사람을 비꼬는 말이며, '허파(부아)줄이 끊어졌나'라고 하면 시시덕거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허파(폐) 호흡은 사지동물(四肢動物·Tetrapod: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들이 하지만 일부 폐어류(Lung fish)와 얼마 안 되는 달팽이(Snail)도 허파 호흡을 한다. 오늘날 육지에 사는 척추동물들의 허파와 물고기의 부레(Swim bladder)는 초기 경골어류의 식도 일부가 부풀어져 그것이 진화한 것이라 한다.

결국 허파와 부레는 진화상으로 상동(相同·형태나 기능은 다르지만 발생근원은 같음)관계다. 사람 허파는 심장의 양편을 둘러싸고 있으며, 바깥에서 산소를 끌어들이고 밖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일을 한다. 코로 든 공기는 연골성인 기관(氣管·Trachea)을 타고 내려가 가지를 친 기관지(氣管支·Bronchus)를 지나 폐포(허파꼬리)에 도달할 때까지 여러 번 갈라진 기관지(細氣管支)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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