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이름 없는 별'

'소리 없이 별로 남은 그대들의 길을 좇아 조국을 지키는데 헌신하리라.' 국가정보원 중앙 현관의 벽에 새겨 놓은 글이다. '이름 없는 별'은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61년 창설된 뒤로 국가 안보를 위해 산화(散華)했으나 이름을 공개할 수 없는 정보 요원을 일컫는 상징적 표현이다. 국가 안보는 주권국가의 운명이다. 따라서 국가 안보 무한책임 기구인 국가정보원은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그 책무를 내려놓을 수 없다. ▼특히 북한과 대치중인 우리는 북한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하기에 국정원의 책무는 더욱 무겁다. 지구 구석구석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그럴 능력이 세계 최고인 미국이 정보 수집에서 가장 애를 먹는 상대가 북한이라고 한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었을 때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51시간 뒤 북한 TV 공식발표를 보고 알았다. 첩보위성이 24시간 가동됐어도 북한의 장막 뒤는 보지 못했다. 한국의 북한에 대한 '무지(無知)'는 김일성이 죽은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평양의 공식 보도 5분 뒤 오찬장에서 쪽지 보고를 받고 알았다. ▼지금 우리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부대를 거느리고 있는 북한이 남쪽을 향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70년 전 김일성이 6·25전쟁을 일으킬 때보다 훨씬 잘 알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북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할 국정원은 선거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다.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흑역사로 끝낼 때다. 국정원을 정권 이익을 얻는 데 악용하는 바람에 대북 정보 기능이 망가지고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내정했다. 박 국정원장 내정자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밀사로 북한 측과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했던 장본인이다. 벌써 밀사는 국정원장이 될 수 없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내정자가 이를 어떻게 불식하고 대북 정보망을 가동할지 궁금하다.'이름 없는 별'들이 지켜보고 있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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