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에서 만난 세상]즉결심판의 성격과 과정

김아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판사

저는 삼척시법원과 동해시법원의 시·군법원 판사로서 삼척시와 동해시 관할의 민사소액사건(소가 3,000만원 이하의 민사사건), 가압류·가처분과 같은 민사단독신청사건, 협의이혼사건 등과 함께 즉결심판사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즉결심판사건에 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즉결심판절차는 공판절차, 약식절차와 함께 형벌을 부과하는 형사소송절차로서 범죄의 증명이 명백하고 죄질이 가벼운 범죄사건을 신속·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통상의 형사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간이한 절차에 의해 형을 과하는 만큼 즉결심판절차에서는 벌금, 구류, 과료 등 일정한 범위 내의 경미한 형만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부당한 심판에 대한 구제를 위해 피고인에게는 정식재판청구권이 보장됩니다.

동해시법원과 삼척시법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기일을 지정해 즉결심판사건들을 처리하는데, 한 기일에 적게는 10건 정도, 많게는 30~40건 정도의 사건을 진행합니다. 즉결심판에 있어서는 법률상 불개정 또는 불출석 심판도 가능하지만 통상적으로는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반 형사소송절차와 마찬가지로 즉결심판절차에도 변호인의 참여가 가능하나 실무상 변호인이 선임돼 출석하는 사례는 거의 없고 경찰서장이나 검사의 출석은 개정의 요건도 아니고 출석하는 사례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법정 개정을 선언하고 사건번호와 피고인의 이름을 불러 피고인의 출석을 확인하면 사건의 내용을 알려주고 “피고인은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라고 진술거부권을 고지합니다. 이후 인정신문, 증거조사, 최종변론 등 절차를 거쳐 심판을 하게 되는데 유죄의 선고뿐 아니라 무죄, 면소, 공소기각의 선고도 가능하고, 사안에 따라 즉결심판청구를 기각하기도 합니다. 유죄의 심판에 불복하는 피고인은 7일 이내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결심판의 절차보다는 어떤 사건이 즉결심판의 대상인지, 선고되는 형은 어느 정도인지가 조금 더 흥미로운 주제일 것 같습니다. 즉결심판사건의 종류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형법상 범죄사건뿐 아니라 행정범도 즉결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로 즉결심판이 청구되는 사건의 상당 부분은 경범죄처벌법위반 사건입니다. 공공장소나 관공서에서의 주취소란, 무전취식, 쓰레기 무단투기 등 일상생활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사례들이 경범죄처벌법위반 사건에 해당하고, 대부분이 피고인의 주취 상태에서 저질러진 것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반 형법상 범죄사건에 대해서도 즉결심판이 청구되는 경우가 있는데, 도박, 절도 또는 점유이탈물횡령 사건, 폭행 사건 중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사안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 등입니다. 현금인출기에 놓여 있는 현금이나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흔한 사례로, CCTV나 금융정보 확인을 통해 적발된 끝에 합의를 위해서 피해자에게 절취한 가액보다 훨씬 큰 액수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와 무관하게 살아온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법정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인 데다가 즉결심판절차에서는 일반적으로 10만원 전후의 벌금형이 선고돼 이를 즉시 납부해야 하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므로 순간적인 욕심이나 음주로 인한 사고마비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해 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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