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담지국(虎談之國). 중국 남북조 시대 후한서를 쓴 범엽은 우리 나라를 이렇게 불렀다. 우리는 늘 호랑이를 신성시해 왔다. 육당 최남선은 한반도를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위풍당당한 호랑이 형상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돌이'였다. 백호(白虎)는 고구려의 사신도에서 서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지난해 강원도의 하얀 설원에서 펼쳐진 평창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의 모티브다. ▼설악산 반달가슴곰은 강원도의 이미지다. 도계와 관광지에는 1986년 그 형상이 설치됐다. 1996년 강원도에서 열린 제77회 전국체전에 처음으로 마스코트가 등장했다. 바로 강원도의 굳센 기상이 담긴 '달곰이'였다. 달곰이는 2000년 강원도의 캐릭터 '반비'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평창패럴림픽의 마스코트 '반다비(Bandabi)'가 됐다.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 비상하는 강원도를 나타내는 표상이다. ▼평창올림픽 당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수호랑·반다비'의 2세인 '범이&곰이'가 지난달 강원도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확정됐다. 호랑이는 도전정신과 열정, 곰은 강원인의 의지와 용기를 의미한다. 호돌이에서 수호랑, 범이로 대를 잇고 있다. 곰은 1988년 서울패럴림픽 마스코트 곰두리에서 반다비, 곰이로 변신했다. '범이'와 '곰이'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린 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미키마우스'는 월트 디즈니사의 상징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마스코트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만화영화 '증기선 윌리'에서 말하는 생쥐로 태어났다. 과학 칼럼니스트 스티븐 제이 굴드의 분석에 따르면 미키마우스는 그동안 눈은 머리의 27%에서 47%, 머리는 신장의 42.7%에서 48.1%로 커졌다. 수요자의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쉼 없는 노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강원도의 기상을 고스란히 담아 태어난 '범이'와 '곰이'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사랑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