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치레 등으로 자식이 일찍 목숨을 잃기 일쑤였던 시대의 애환이 녹아 있는 콩트였다.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이라 했다. '살살이'로 통했던 추억의 코미디언 서영춘씨가 극중 자신의 이름을 온몸을 흔들며 음률에 실어 소개했다.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서'는 성이고 '수한무(壽限無)'는 목숨이 한계가 없다는 뜻, 그 이하는 이런저런 염원이 담긴 사설이다. ▼사람 이름이든 물건 명칭이든 작자의 기원이 담김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군부독재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기자생활을 했던 언론학자 고(故) 리영희 선생이 외손녀 이름을 직접 지어준 회고가 산문집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한길사 간)'에 나온다. 필자가 딸아이 이름을 지어 그녀의 첫 앨범 권두에 올려놓아 준 모티브다. ▼작명의 기본 원칙은 길(吉)을 따르고 흉(凶)을 배척하는 것이다. 하여 사주팔자에 맞게 음양오행 구조를 갖추는 글자로 조합한다. 그러나 한자는 뜻 글자여서 아무리 좋은 기원도 한글로 적어 놓으면 부적절한 것이 문제다. 그런 탓에 아이가 놀림감으로 돌변하기 마련이다. 개명 청원 이유다.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의 2세 이름 전 국민 공모에 나섰다. 올림픽 레거시 창출, '글로벌 강원' 브랜드 확산을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혔다. 4월8일까지 웹페이지(http://gwname.kr)를 통해 작품을 접수한다. '의시기체(衣視其體) 명시기모(名視其貌)'라 했다. '옷은 몸에 맞아야 하고 이름은 꼴에 어울려야 한다'는 충고다. 꼴은 모양, 모습이다. 평창올림픽 유산을 활용하는 꼴이 이름에 어울려야 할 테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