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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김두한과 대정부질문

김두한(1918~1972년)은 '장군의 아들' '야인시대' 등의 영화나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한 시대를 풍미한 풍운아였다. ▼그의 일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1966년 9월22일 '국회 오물투척 사건'이다. 당시 한국비료가 건설 자재를 가장해 사카린 원료 60톤을 밀수입한 사실이 적발됐으나 국세청으로부터 추징금만 받고 흐지부지됐다. 밀수 수익이 집권당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얘기들이 떠돌았다. 그는 국회 대정부질문 회의장에서 정일권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웠다. 그는 당시 신상발언을 통해 “서대문형무소는 내가 늘 별장 삼아 들어가는 곳입니다. 나 또 들어갈 각오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것은 국민의 재산을 도적질하고 합리화하는 이 내각을 규탄하는 국민의 사카린올시다. 그러니 이 내각은 골고루 맛을 봐야지. 오물이나 처먹어. 이 새끼들아”라고 외쳤다. ▼한국 의정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킨 그는 자신의 말대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3개월 후인 1966년 12월 말 병보석으로 출감했으나 1967년 수원선거유세에서 “북한에 전깃불이 먼저 들어왔다”고 말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또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보통학교 2학년 중퇴의 김두한이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했다는 사실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그러한 기이한 인생 역정이 인구에 회자됨은 당연한 귀결이다. 55세라는 한창나이에 낙엽 따라 가버린 그가 오늘날 입으로는 민생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툭하면 국회를 공전시키며 해머, 전기톱, 소화기가 난무하는 국회를 본다면 선배 국회의원으로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평가할까. ▼여야가 오늘(19일)부터 나흘간 실시되는 국회 대정부질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떤 대정부질문이 나올지 궁금하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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