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발언대]민긍호 의병장 묘소 이장 이유가 주차문제라니

유창구 민족문제연구소 원주횡성지회장

지난 1일 원주 강원감영에서 열린 3·1혁명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원주시는 봉산동 민긍호 의병장 묘역의 진입로가 좁고 주차 문제가 심각해 묘지 이장을 검토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민긍호 의병장 묘소는 최초 평원동에서 1939년 흥업면 무실리로, 1954년 다시 현재의 위치로 이장했고 2013년 원주시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묘역정비사업을 끝낸 지 겨우 6년이 지났을 뿐이다.

이제 와서 다시 좁은 진입로와 주차문제 등 단지 살아 있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이미 두 번이나 이장한 유택을 막대한 세금과 행정력을 소모하며 또 옮기는 것이 합리적인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동안 의병장 충혼탑에 새겨진 친일파 정일권의 이름이 많은 이의 공분을 샀고, 일제에 맞서 싸우다 일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의병장의 추모사를 일본군 출신이 썼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분노케 했다. 또한 충혼탑에는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의열단 13인 중의 한 분이셨던 권준 장군의 추모사도 남겨져 있다.

원주시민과 학생들은 의병장 묘역에서 강탈당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일본군과 싸우다 돌아가신 의병장의 나라사랑을 배우기도 하지만, 충혼탑에 새겨진 정일권이 일제하에서 저지른 반민족행위와 광복 후 막강한 부와 권력으로 영화를 누려 온 친일세력들에 분노하며 단죄하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권준 장군을 포함한 독립군들의 활약상과 대한민국 육군의 뿌리인 신흥무관학교, 일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항일무장단체 의열단의 무용담을 얘기하며 자랑스러운 우리 독립운동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현재의 묘역에는 역사성을 가진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많이 있다. 근현대사의 모순과 기형적인 모습이 남아 있는 이곳보다 더 좋은 역사교육의 현장은 없을 것이다.

오르내리기 힘들고 차량의 접근이 불편하다는 구실로 영면에 드신 의병장에게 또다시 굴착기를 들이댄다면 이는 단순한 토목공사에 다름 아닐 뿐이다. 원주시는 현재의 묘역을 잘 관리하면서 시민과 학생들에게 역사의 진실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항일과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후세에 알리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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