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혁순칼럼]한미 동맹은 대한민국에서 어떤 존재인가

논설실장

미군 6·25 전쟁에서 3만6,574명 전사

그 희생 절대로 폄회해서는 안 돼

"미국의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한반도 운명 걸려있는 현실 인식해야"

미국은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과 함께 남한 공산화를 저지하기 위해 유엔군 깃발 아래 이 땅에 미군(美軍)을 파견했다. 미군은 3년이나 걸린 6.25전쟁에서 3만6,574명이 전사하는 등 14만여명의 엄청난 사상자를 냈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어느 이름 모를 나라의 내전에 참여해 100여명이라도 전사했다고 상상해 보라. 미국 본토에서는 당시 “왜 내 자식이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서 희생돼야 하는가”라며 당장 철수를 촉구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미국은 대한민국에는 '혈맹'이다. 그러나 70여년이 흐른 지금, 그 혈맹로서의 미군은 온데간데없이 우리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세력이 그토록 저주하는 한미동맹은 북한과 중국의 남침에 따른 자초한 결과물임에도 미국이 세계패권 전략하에 전초기지로서 한국을 필요로 했기에 한미동맹을 체결한 것이라고 매도까지 한다. 게다가 전시작전권을 가져가 군사주권을 빼앗겼다는 둥 편향된 시각으로 폄훼하기에 급급하다. 미국을 매판자본국가라고 비판하면서 내 아들과 딸은 미국 아이비(IVY)리그에서 공부하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르며 이율배반적인가.

우리는 한미동맹에 대해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미국이 침략을 받을 때 동맹국인 한국이 대미(對美) 지원에 나선다 해도 무얼 얼마나 도울 수 있겠나. 그래서 한미동맹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조약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적화를 노리는 북한과 중·일·러로 둘러싸인 지정학 특성상 최소한 중동과 같은 만성적 분쟁지역이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예측은 그야말로 상식이다. 한미동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생명줄이자 우리가 먼저 감싸고 보호·강화해야 할 안전핀이다. 우리는 우리의 안보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북한을 깔볼 만큼 월등한 부국(富國)에다 지난 70여년간 쏟아부은 막대한 국방비가 자유대한 안전을 절대 보장할 것이기에 '적화는 절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기에다 “한반도에 미군이 없으면 우리끼리 평화롭게 더 잘 살 수 있다”는 호기가 넘쳐난다. 북핵은 차치하고라도 북한의 막강한 비대칭 재래전력(장사정포·이동식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와 10만명이 넘는 특수전 강습부대 등)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는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불경(不敬)한 것으로 치부된다. 우리는 지금 이런 자만과 무지(無知) 속에 미국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북이 지난달 15일 고위급회담을 통해 실시키로 합의한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공동 현지조사가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과의 조율이 늦어지는 게 핵심 이유로 꼽힌다. 동해선 공동조사(11월 초),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11월 말~12월 초) 등 후속조치들도 줄줄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주한 미국 대사관은 올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총수가 동행했던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과 최근 직접 접촉해 미국 재무부 의뢰라며 대북사업 현황을 묻고 전화 회의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은 빈틈없는 대북제재를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앞으로도 미국은 자국의 손해를 주저 없이 감수하고 기꺼이 한국을 이해하고 응원할까.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다. 이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한미동맹과 우리 운명은 오로지 미국이 한국에 대해 어떤 전략적 판단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훈풍을 맞고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국가안보가 무장 해제돼선 곤란하다. 북한의 비핵화도, 한미동맹도 다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杞憂)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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