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인류학자 J. 하위징아에 따르면 인간은 호모루덴스(Homo Ludens)다. 유희하는 인간, 즉 놀이하는 인간이다. 그가 1938년에 출간한 저서 '호모루덴스'에는 '유희에서의 문화의 기원'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즐기는 것이 문화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유희라는 말은 단순히 '논다'는 것이 아닌 인간의 정신적인 활동을 일컫는다. ▼하위징아의 호모루덴스에 관한 정의는 우리의 '민족문화백과사전'과도 맥을 함께한다. 이 사전에는 놀이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생존과 관련이 있는 활동과 '일'에 해당되는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신체적·정신적 활동. 자고 먹는 활동은 인간의 직접적인 생존활동이다.”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시간 적용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사회 전반에서 위축된 표정이 역력하다. 당장 다음 달(7월1일)부터 실시해야 하는 규정이어서 기업들이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는 보도다. 근로시간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라고 한다. 숙박을 겸한 직원 워크숍, 거래처와의 회식 등은 아예 기피하는 형편이라니 보통 긴장한 게 아니다. 규정 위반 시 회사 대표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니 그럴 만하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저마다의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하지만 법 개정 취지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일하는 시간과 여가 생활의 균형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 2위라니 개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 기업들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혹자는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보다는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