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뜸 들이기 열흘이면 암모니아 발생
일종의 발효로 사람에게 해 안 돼
그런데 홍어는 암놈이 크고 맛도 뛰어나다. 뱃사람들은 거추장스러운 수놈 홍어의 생식기(음경)가 조업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생식기에 붙어 있는 가시에 손을 다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암컷보다 덩치가 작고, 맛이 적다. 이렇게 실속 없는 수컷이 잡히면 시큰둥하며 '아무 짝에도 못 쓸 것'이라 하며 벼락같이 배바닥에 냅다 패대기치거나, 숫제 물건을 칼로 댕강 잘라 털벙 바다에 던져버리기 일쑤다. 기분 잡쳤다는 일종의 분풀이다.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다”란 말이 생겨났고,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내뱉는 푸념의 말이 되었다. 바닷물고기들은 삼투압으로 수분이 고농도의 바닷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체내에 짙은 여러 화합물을 녹여 놨다. 홍어는 그 중에 요소 성분이 많이 들었으니, 죽은 다음에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하면서 독특한 지린내를 물씬 풍기는 것이다. 항아리에 짚을 깔고 홍어를 거듭거듭 켜켜이 쌓고는 단지주둥이를 꽉 막아 어둑한 광에 넣어두니, 숫제 썩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엿새 지나 독을 열면 숨이 턱 막히도록 암모니아 냄새가 꽉 찬다.
옛날엔 홍어가 잘 삭지 않는 추운겨울이면 퇴비 썩히는 두엄자리에 홍어를 파묻어 두기도 했다고 한다. 메주를 띄우는 것이나 홍어를 삭힌다는 것은 모두다 일종의 발효(醱酵)로 사람 몸에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홍어는 뜸 들이기 시작한 후 열흘쯤에 이산화탄소, 암모니아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이 암모니아가스가 다른 세균 번식을 막기 때문에 홍어는 얼간을 해 오래 둬도 육살이 썩지 않는다.
제사 이야기다. 이처럼 연골어류는 여느 물고기처럼 쉽사리 부패하지 않기에 먼 외진 육지 동네의 제사상에 상어토막이 올랐고, 여염집 제사에는 아직도 제물(祭物)로 쓰는 것을 보면 제사도 환경의 산물이었던 것. 모름지기 어버이 살았을 적에 섬기기 다하여라. 사후대탁불여생전일배주(死後大卓不如生前一杯酒)라, 죽어 석 잔 술(큰상)이 살아 한 잔 술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