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왕산면 고단리
유일한 의료기관은 보건진료소뿐
주민 327명 시내 진료 사실상 포기
119구급대 환자 이송에도 최소 100분
춘천 북산면 추곡·대곡리
소양강댐 수몰지… '내륙의 섬' 불려
배 터 가는 데만 언덕길 15분 올라야
양구 가깝지만 병원 부족 마찬가지
강릉시 왕산면에는 병원은커녕 약국조차 없다. 그나마 학교와 왕산면사무소가 있는 읍내는 강릉시내의 병원까지 차량으로 30분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의료사각지역인 왕산면에서도 굽이굽이 고갯길을 따라 해발 680m의 삽다령을 넘은 후에야 도착할 수 있는 고단리는 그야말로 의료벽지나 다름없다. 오고 가는 게 워낙 고단해 고단리라고 불리는 것 같다.
왕산면사무소에서도 차를 타고 30분가량 걸리는 첩첩산중인 이 작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보건진료소뿐. 결국 고단리 주민 327명은 의료환경이 좋은 강릉시내 진료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병원을 다녀오는데만 하루 반나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단리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55세의 고령으로 강릉시내까지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차라리 마을과 경계가 맞닿은 정선군 임계면에 있는 동네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다. 고단리와 가장 가까운 내곡119안전센터도 35㎞나 떨어져 있다. 출동지령을 받은 구조·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후 환자를 다시 응급실을 갖춘 병원까지 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100분 이상 걸린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쳐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강릉소방서 관계자는 “보통의 경우 현장과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거나 환자가 원하는 병원으로 이송을 하고 있지만 고단리의 경우 위치상 환자를 이송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동현 강릉시 왕산면 고단3리 이장은 “보통 보건소를 이용하고 있지만 급할 경우에 시내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고 있고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병원 갈 일이 있으면 이웃에게 부탁해서 시내까지 나가고 있다”며 “길이 막히기라도 하면 병원까지 가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해 불편함이 많다”고 했다.
소양강댐 수몰지역이자 내륙의 섬으로 불리는 춘천시 북산면 역시 병원도, 약국도 없다.
하루에 4회 정도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주민들에게는 앰뷸런스나 다름없다.
김희예 북산면 추곡2리 이장은 “버스를 타고 나가 진료를 받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병원은 환자가 워낙 많아 진료를 받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며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맞춰야 해 병원 진료를 받고도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개인 차라도 많지 병원에 못 가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배를 통해서만 왕래가 가능한 춘천시 북산면 대곡리는 13가구 20명이 살고 있다. 양구가 더 가깝지만 양구에도 병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배와 버스를 갈아타고 두세시간씩 걸려 춘천의 병원을 다녀온다. 또 농어촌 특별교통수단인 희망택시를 이용할 수 있으나 이 택시는 행정구역이 다른 양구는 운행하지 않는다.
더욱이 긴 가뭄으로 수면이 줄고 배 터가 멀어져 시내에 나가려면 15분 이상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정해운 마을 이장은 “고령의 노인들이 병원 한 번 가려면 배 터에서 '마의 언덕'을 넘어야 해 오히려 병을 얻어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임재혁·한재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