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피란 온 父子 보살펴 준 주문진 지역에 3,000만원 기탁했던 조일웅씨
당시 하숙집 주인 故 전명길씨 부인 이봉녀씨에게 500만원 보내 와
일자리 준 제중의원에도 500만원 전달 … 2,000만원 추가 지정기탁
속보=1950년 6·25전쟁 때 은인들을 잊지 못해 성금 3,000만원을 기탁(본보 3월27일자 5면 보도)해 감동을 주었던 조일웅(82·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옹이 마침내 은인의 가족들을 찾아 고마웠던 마음을 전했다.
조 옹은 60년 전 피란 왔던 주문진에서 아무 조건 없이 아버지와 자신에게 따뜻한 방과 음식을 내어준 하숙집 주인 고(故) 전명길씨의 부인 이봉녀(85)씨와 일자리를 내주었던 제중의원 고(故) 최준봉 원장의 큰며느리인 권혁자(74)씨에게 15일 각각 500만원씩을 보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주문진지역에 2,000만원을 추가로 기탁해 주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조 옹은 “당시를 회상해 보면 아무것도 없는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준 그분들의 은덕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며 “건강 때문에 주문진까지 갈 수 없지만 제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눠 돌아가신 분들의 묘소에 꽃이라도 한 송이 올릴 수 있게 돼 참 다행”이라고 했다.
조 옹이 은인들의 가족을 찾는 데는 주문진읍사무소의 도움이 컸다.
조 옹은 “제가 죽기 전에 그분들의 후손이라도 찾아 꼭 은혜를 갚고 싶다”며 주문진읍사무소에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주문진읍사무소 한경희 주민생활지원담당은 한 달여를 수소문한 끝에 집주인 전씨와 제중의원 최 원장의 가족을 찾은 사실과 함께 집주인 전명길씨의 3년 전 작고 소식 등을 조 옹에게 알렸다.
집주인 전명길씨의 아들 전철근(53)씨는 “어머님이 갑작스러운 돈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며 “집에 사람 오는 걸 마다 않고 넉넉히 대해 준 부모님을 보면서 저 또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제중의원 최준봉 원장의 큰며느리인 권씨는 “사람이 은혜를 입었다고 해도 갚는다는 것이 어려운데 조 옹을 보면서 자기 도리를 다하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주문진읍사무소는 조 옹의 기탁금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을 위한 교복비를 지원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난방비, 차상위계층을 위한 생계비 등을 지원한 데 이어 추가로 기탁한 2,000만원으로 독거노인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집수리비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강릉=조상원기자